비인두암 치료 마치고 돌아온 김우빈의 '진짜 모습' [인터뷰 종합]

2022-08-17 15:39

최근 위키트리와 인터뷰로 만난 김우빈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 아직 보여줄 게 많다”

“기자님들 식사는 하셨어요?”, “끝나고 저랑 셀카 찍으셔야죠”, “저기가 조명이 좋습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위키트리와 만난 배우 김우빈(본명 김현중)이 건넨 말이다. 영화 ‘외계+인’으로 돌아온 김우빈은 이날 위트 있는 인사와 여유로운 모습으로 인터뷰 내내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었다. '확신의 I'라는 MBTI 성향이 믿기지 않는 배우 김우빈이 아닌 평범한 '34세 김현중'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

김우빈 / 이하 에이엠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우빈 / 이하 에이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달 20일 개봉된 영화 ‘외계+인' 1부는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 김우빈은 극 중 외계인 죄수의 호송을 관리하는 가드로 분해 김태리, 류준열, 김의성, 조우진, 염정아 등과 호흡을 맞췄다.

특히 이 작품은 영화 ‘미스터’ 이후 김우빈이 6년 만에 선택한 복귀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는 지난 2017년 비인두암 투병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 2년여간 투병 생활 끝에 2019년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한동안 연예계를 떠나 건강 회복에 집중했던 그가 ‘외계+인’을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유에는 최동훈 감독이 있었다.

“2019년 1월에 캐스팅 제안을 받았습니다. 원래 감독님과 ‘도청’을 하기로 했었지만 (비인두암 판정을 받으면서) 프로젝트가 중단됐고, 감독님께서는 ‘몸 회복에만 집중하라’고 해주셨어요. 사실 프로덕션이 시작한 지 꽤 돼서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큰 힘이 됐죠. 쉬면서 ‘이쯤이면 복귀를 생각해도 되겠는데?’ 생각할 때 시나리오가 계속 들어왔지만, 그때마다 ‘제가 복귀한다면 최동훈 감독님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싶다’고 거절했어요. 내가 복귀할 때 감독님이 날 필요로 하시면 어떤 역이든 달려간다는 마음이었죠. 카메오도 상관없었는데, 감사하게도 알맞은 캐릭터를 주셨어요.(웃음)”

제작이 이미 시작된 단계에서 영화를 엎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배우뿐 아니라 수많은 스태프와 여러 관계사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우 한 명의 문제라면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최동훈은 “김우빈 없으면 못 하겠다. 다른 배우랑은 못 찍겠다”고 말했고, 당시 ‘도청’ 배급을 맡은 CJ E&M도 받아들였다. 이는 김우빈에게 힘이 됐고, 훗날 꼭 지켜야만 하는 약속이 됐다.

그렇게 5년이 흐른 후 최 감독과 김우빈은 영화 ‘외계+인’으로 재회했다. 6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의 현장은 김우빈에게는 따뜻함 그 자체였다. 특히 김태리와 류준열이라는 친구를 얻게 됐다. 극 중 세 사람이 함께하는 장면은 없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서로의 촬영장에 찾아가 응원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졌다.

“또래 배우고 비슷한 나이대에 공감하는 지점들이 있어요. 경험이 쌓이면서 작품 얘기도 하게 되고, 촬영이 없는 날에는 다른 사람 촬영하는 걸 구경했죠. 태리나 준열이 형 다 너무 좋은 분들이라 마음이 잘 맞아서 행복한 여행을 한 거 같은 기분이 들어요.”

앞서 류준열은 김우빈과 사석에서 처음 만난 자리에서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울고 웃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이와 관련해 김우빈은 “어느 정도 친해지고 문경에서 촬영할 때 같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둘 다 촬영이 없는 날이었어요. 숙소가 다른 쪽에 있어서 중간에서 만나서 밥이나 먹을까 하다가 시간이 애매해서 차를 먹기로 했는데, 3~4시간 정도 수다를 떨었죠. (웃음) 대화가 잘 통했어요. 그의 마음도 잘 느껴지고 저도 제 마음을 전달하려고 했어요. 서로 많이 아끼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저는 준열이 형 만날 때 너무 좋아요. 안 아팠으면 좋겠고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함께하는 배우들이 ‘이렇게 서로 아낄 수 있나’ 생각이 들 정도예요. 긴 시간 촬영을 했기 때문에 마음이 깊어진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던 김우빈은 수줍음이 많고 낯을 많이 가리는 소년이었다. 유치원에서 단체로 부모님에게 절하는 시간에도 부끄러워서 하지 못했을 정도라고. 하지만 내향적인 꼬마 김우빈은 모델이란 꿈을 꾸면서 점점 달라졌다. 만나는 사람마다 궁금해지고 어울리는 걸 좋아하게 된 것. 하지만 34세가 된 지금 가장 큰 관심사는 ‘내 사람들’이라고 한다.

“20살 때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더 많은 사람을 알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내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에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여전히 즐겁지만, 선택할 수 있지만 그냥 가족을 한 번 더 보고 싶어요. 예전에는 가까운 사람이 2순위, 일을 위해 만난 사람들이 1순위였는데, 잠깐 쉬는 동안 그게 참 후회가 되더라고요. 쉴 때도 일 생각만 하고 나를 채찍질했던 시간들이요. 지금은 내 앞에 있는 내 사람에게 집중하려고 해요. 가끔 1시간 동안 누구랑 이야기해도 그 사람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도 모를 때가 많잖아요. 그런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져서 더 관찰하려고 했더니, 더 잘살고 있는 것 같아요. 행복지수가 많이 올라갔어요.”

10년 뒤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고 잠자는 시간조차 줄이며 자기 관리에 힘썼다는 김우빈은 미래만 보고 살아온 시간이 아쉽다고 말했다. ‘나아진 나를 위해 오늘을 사는 사람’이었던 그는 이제 ‘현재에 집중하는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늘 미래에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 과정이 잘 기억이 안 나요. 분명 즐거움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게 아쉽죠. 이제는 현재에 집중하려고 해요. 그런 것들이 쌓이다 보니까 연기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내 앞에 있는 상황에 집중할 수 있고,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공감하고 있어요.”

의도하지 않았던 공백기, 힘들었던 투병 생활. 어쩌면 부정적인 생각만 할 수 있었던 시간이지만, 김우빈은 건강한 마인드로 이겨냈다. 인터뷰 내내 느껴지던 여유로움이 이를 통해 나타났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다.

“쉬는 동안 제가 나온 작품들을 찾아봤어요. 14년 동안 항상 바쁘게 일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없어서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tvN ‘우리들의 블루스’, 영화 ‘외계+인’을 통해 기존에 안 보여드렸던 모습을 자주 보여드렸더니 많이 반겨주시더라고요. 낯설어하지 않고 좋아해 주셔서 더 새로운 것들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아직 안 보여드린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영화 '외계+인' 1부 무대인사에서 팬과 셀카 찍은 김우빈 / 김우빈 인스타그램
영화 '외계+인' 1부 무대인사에서 팬과 셀카 찍은 김우빈 / 김우빈 인스타그램

어떤 질문에도 막힘 없이 자기 생각을 말했던 김우빈에게 인터뷰 말미 오랜 시간 기다려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잠시 생각에 잠겼던 김우빈은 이렇게 진심을 꾹꾹 눌러 표현했다.

“항상 더 좋은 표현을 하고 싶은데 감사하다는 말 보다 더 좋은 말이 안 떠올라요. 그래서 늘 이렇게 서운하고 아쉽게 표현하네요. 제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힘을 받고 있고, 그들의 마음을 잘 느끼고 있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제가 늘 부족한 사람인데 되게 아낌없는 응원과 지지를 해주세요. 그래서 또 한 번 감사하고,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늘 아쉬운 마음이에요. 이번에 오래된 팬분들을 만나는 자리가 많아서 만났는데 되게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거든요. 항상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home 김하연 기자 iamh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