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우영우'의 모티브는 박원순” 헛웃음 나오는 황당 음모론

2022-09-06 16:39

난데없이 ‘박원순’ 호출된 까닭
무리한 '특정인 엮기'는 경계해야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폭발적인 인기를 끈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때아닌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극 중 인권 변호사가 여직원 성추행으로 물의를 일으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모티브로 했다는 주장 때문이다. 주인공 우영우에게도 박 전 시장의 색채가 반영돼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청자가 그렇게 느낄 만한 빌미를 드라마가 제공한 측면이 있긴 있다. 하지만 무리한 '특정인 엮기'는 경계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드라마 12회에서 등장한 캐릭터 류재숙이 박 전 시장을 모델로 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배우 이봉련이 연기한 류재숙은 시민운동가 출신의 인권 변호사로, 사측의 성차별로 사직을 당한 여직원 100명을 변호하다가 패소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여성들 간 연대를 강조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일부 누리꾼은 “류재숙의 모델은 고 박 전 시장”이라며 몇 가지 증거를 제시했다.

먼저 류재숙과 고 박 전 시장 둘 다 인권 변호사이며, 여성 인권 관련 소송을 자주 맡았다는 점이다. 박 전 시장은 1993년 국내 첫 성희롱 소송인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의 변호를 진행했다.

류재숙 변호사가 드라마 말미 시를 낭송하는 장면도 유사성의 증거로 지목됐다. 박 전 시장은 과거 한 언론사 창간 기념행사에서 김수영 시인의 시를 낭독한 바 있다.

박 전 시장이 재임 시절 돌고래를 방사한 사실도 재조명됐다. 박 전 시장은 2012년 ‘동물 학대’를 이유로 서울대공원 돌고래쇼를 중단시킨 뒤 총 5마리의 돌고래를 야생에 방사했다. 당시 풀어준 돌고래 1마리의 이름은 ‘태산이’인데, 드라마에 등장하는 로펌 이름도 ‘법무법인 태산’이다. 돌고래가 주인공 우영우의 ‘최애’ 존재로 묘사되는 점도 이런 추측을 더해주고 있다.

시선은 박 전 시장과 드라마를 집필한 문지원 작가의 연관성으로 모인다. 문 작가가 박 전 시장이 설립한 대안 학교 출신이라 그를 온정적으로 그렸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기까지는 관점에 따라 어느 정도 개연성 있는 얘기로 치부할 수도 있다. 문제는 억지 연결이다.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우영우=박원순 빼박 증거 찾았다'라는 글이 한 예다. 글쓴이는 드라마 속 장면과 박 전 시장의 생전 에피소드를 대비하며 접점 찾기를 시도했다.

드라마 8회에서 우영우가 '권모술수' 권민우(주종혁 분)의 뒤통수와 명치를 때리는 액션을 취하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누리꾼들은 이를 2017년 1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로에서 펀치머신을 하는 모습과 결부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인스타그램
박원순 전 서울시장 인스타그램

이뿐만이 아니다.

몇몇 누리꾼은 드라마 속 주인공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김밥이 등장한 것도 박 전 시징과 매칭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5년 7월 21일 서울 서초구 방배본동의 한 김밥전문 음식점에서 김밥을 말고 있다. 박 시장은 메르스로 타격을 받은 서울 경제 회복 방안을 현장에서 찾기 위해 시민 삶의 현장 곳곳을 방문 중이다. /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5년 7월 21일 서울 서초구 방배본동의 한 김밥전문 음식점에서 김밥을 말고 있다. 박 시장은 메르스로 타격을 받은 서울 경제 회복 방안을 현장에서 찾기 위해 시민 삶의 현장 곳곳을 방문 중이다. / 뉴스1

에펨코리아에는 이런 연결 구도도 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2019년 11월 1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2019 서울김장문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9년 11월 1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2019 서울김장문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 우영우는 주변 소음에 워낙 민감하다 보니 이를 차단하기 위해 외부에선 항상 헤드폰을 착용한다. 이를 박 전 시장이 2012년 1월 서울 우면산 산사태 피해 복구 현장을 살피러 헬리콥터에 올라 굉음 차단을 위해 헤드폰을 쓴 장면과 대비시킨 게시 글에서는 헛웃음만 나온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연합뉴스
연합뉴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