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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신생 케이블 방송사인 ENA를 축제로 만들었다. 9.1% 시청률을 달성하며 어마어마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은 대사는 바로 이것이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는 우영우가 로스쿨 시절부터 자신을 챙겨준 최수연의 별명을 ‘봄날의 햇살’로 지어준 장면이다.
우영우의 대사는 특히 과거 장면, 우영우가 자신의 유일한 친구로 동그라미를 소개했을 때 시무룩해하던 최수연의 모습과 겹치며 많은 감동을 자아냈다. 알게 모르게 우영우를 도와왔던 최수연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모든 의미를 담은 것처럼 보였다.
방송 직후 이 대사는 트위터 실시간 검색어를 휩쓸었다. 시청자들은 저마다의 ‘봄날의 햇살’을 찾아 나섰다. 팬들을 ‘봄날의 햇살’에 비유하는 가수부터, 자신의 과거 기억을 담담히 털어놓는 시청자까지 다양한 사연들이 공개됐다. 이제는 단순한 은유적 표현을 넘어서 고유명사로까지 번지고 있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왜 이 대사가, 이 장면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던 걸까?
우영우의 말대로 극중 최수연은 따뜻한 인물로 묘사된다. 우영우가 늘 어려워하는 물병 따는 일을 항상 도와주고, 로스쿨 때부터 우영우가 사람들에게 따돌림 당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짧은 대사였지만, 우영우와 최수연이 로스쿨 시절부터 함께 겪어온 모든 시간이 누적되어 있는 대사였기에 그 감정이 시청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우영우가 가정사를 털어놓자 최수연은 쉽게 할 수 있는 위로 대신 침묵을 선택한다. 바로 다음에는 영우를 데리고 백화점에 가는데, 최수연은 딸과 함께 백화점에 온 다른 집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우영우의 오른편에 선다. 최수연이 우영우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되는 것 같다는 해석을 낳았다.
아름다운 장면이긴 하지만, 두 사람의 우정이 이렇게까지 많은 해석과 감상을 낳으며 ‘신드롬’이 된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봄날의 햇살’ 장면은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를 쓴 판사 출신 문유석 작가가 꼽은 최고의 장면 중 하나였다. 그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미덕이 담백함과 절제에 있다고 말하면서, “영우의 대사가 끝난 뒤 수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다만 눈물을 애써 참으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갈무리한다”라며 “드라마가 감정을 절제하니 시청자의 감정은 더 고조된다”는 소감을 남겼다.
최근 한국 드라마는 알게 모르게 힐링 드라마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과거 ‘스카이 캐슬’, ‘부부의 세계’, ‘펜트하우스’ 등 자극적인 소재 드라마가 계속되면서, 그 반대로 시청자를 차분하게 만들고, 또 평범하지만 세밀한 감정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슬로우 드라마’의 열풍 조짐이 나타났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와 ‘우리들의 블루스’가 그랬다.
이들 드라마는 소재에서 출발하는 자극 대신, 평범한 일상 속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과 시청자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로 뭉쳐 있다. 물론 십수 년 전부터 드라마 시장은 막장 드라마와 착한 드라마가 번갈아 가며 유행하는 경향은 있었다. 최근 ‘슬로우 드라마’의 바통을 이어받은 우영우가 결국 초대박을 기록하게 되면서, ‘봄날의 햇살’이라는 짧은 대사를 통해 시청자들의 갈증이 모두 해소된 셈이다.
보상을 바라지 않고 해왔던 최수연의 선의가 결국 우영우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는 것을 명확히 알게 되는 순간, 각자 다양한 현실을 겪고 있을 시청자들에게도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거야”라는 메시지가 전달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