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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식물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반려 식물을 키우는 '식집사'들도 늘고 있다. 그런데 웬만한 식집사는 감당하기 힘든 식물들이 있다고 한다. 왠지 이번 생에 집에는 놓지 못할 것 같지만 신기한, 이색식물들 이야기를 들어보자.
먼저 스스로 발화하는 꽃 시스투스다. 시스투스는 여러해살이 식물로 북아프리카의 카나리아 제도, 모로코, 포르투갈, 지중해 연안의 중동지역, 지중해의 분지, 코르시카섬 등에 주로 서식한다. 햇빛이 내리쬐는 질이 나쁜 토양이나 바위에서도 잘 자란다.
흰색에서 자주색, 어두운 분홍색의 빛깔을 띠기도 하는 시스투스는 스스로 발화하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시스투스의 주변에 다른 식물들이 빼곡히 자라 공간적인 여유가 없어지고, 일정 온도 이상으로 기온이 올라가면 시스투스는 휘발성 오일을 뿜어 자신을 불태운다.
이 때문에 자신을 비롯한 주변 식물들이 불타는데, 시스투스는 그 전에 불에 잘 견딜 수 있는 내화성 씨앗을 몸속에 숨긴다. 덕분에 시간이 지나면 경쟁자들이 모두 불탄 잿더미 속에서 싹을 틔운다.
이와 같이 시스투스가 자폭하는 이유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다. 문제는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 모든 식물까지 불태우기 때문에 '식물계의 사이코패스'라고도 불린다. 건조한 기후의 아프리카나 중동지역에서 발생하는 자연발화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후대를 위해 자신과 다른 생물들을 불태워버리는 시스투스의 꽃은 하루밖에 피지 않으며, 꽃말은 '인기, 그리고 나는 내일 죽습니다’다.
실새삼은 노란색 실처럼 생긴 덩굴성 일년생 초본으로, 토사, 노루, 호사, 금사초 등의 약명으로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이 실새삼은, 무엇보다도 ‘냄새 맡는 식물’로 유명하다. 바로 다른 식물의 체액을 먹고 자라는 기생식물이기 때문이다.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스스로 못하기 때문에 숙주식물에 영양분을 의존해야 한다. 그리고 체액을 빨린 식물은 시들게 된다.
식물 중 버드나무나 리마콩, 포플러나무 등은 냄새를 맡고 동종 간에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새삼 또한 개체 간의 냄새로 의사소통한다. 게다가 식물의 냄새를 맡고 숙주식물을 찾아내는 식물임을 확인하고 그 경로를 찾아가기도 한다. 다른 식물에 기생해 에너지를 빨아먹는 나쁜 종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에게는 피부 노화 방지에 효과를 주는 천연 보약으로 취급된다.
학명으로는 아모르포팔루스 티타눔인 타이탄 아룸은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마치 꽃처럼 보이는 거대한 꽃대를 올려 ‘세계에서 가장 큰 꽃’으로도 유명한 타이탄 아룸의 다른 이름은 바로 ‘시체꽃’이다. 꽃대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그만큼 고약한 냄새가 난다. 하지만 이 냄새에도 이유는 있다.
타이탄 아룸의 냄새는 딱정벌레나 쉬파리 등을 끌어들여 수분(꽃가루가 식물에 전이되어 수정을 거쳐 유성 생식에 이를 수 있게 하는 과정)하기 위함이다. 식물에게 수분은 생존에 정말 중요한 요인인데, 타이탄아룸은 그만큼 강렬한 냄새를 내뿜어야 한다. 냄새는 마치 고기나 시체 썩은 냄새 같으며 800m 밖에서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심하다. 향기로 벌과 나비를 부르기보다는 차라리 강한 악취로 파리를 끌어들이는 셈이다.
7년에 한 번씩 개화하는 타이탄 아룸의 알줄기는 그만한 양분을 저장할 수 있어야 하므로 식물 중 가장 큰 알줄기를 가지며, 그 무게가 100kg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