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놀란 압도적 재능의 한국인 천재 피아니스트 등장… 지휘자까지 감동해 울었다

2022-06-20 10:56

임윤찬,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 쾌거
결과 발표 전부터 “무조건 우승” 말 나올 정도

임윤찬 / 목프로덕션 제공
임윤찬 / 목프로덕션 제공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에 한국인 천재 피아니스트가 다시 탄생했다.

10대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피아노 대회인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18일(현지시각) 오후 발표된 대회 최종 심사에서 결선에 진출한 피아니스트 6명 중 임윤찬이 1위를 차지하며 1등 상금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와 특별상 상금 7500달러(한화 약 920만원)를 부상으로 받았다.

임윤찬은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는 결선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압도적인 기교와 섬세하고도 풍부한 표현력에 감탄한 청중의 박수갈채를 받은 명연이었다. 콩쿠르 경연곡을 뛰어넘은 기념비적 명연이라는 찬사까지 나온다.

얼마나 감동적인 연주였는지 포트워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끈 지휘자 마린 알솝(66)이 임윤찬의 결선 연주가 끝나자 무대 뒤에서 임윤찬을 안아주며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앞서 준결선에서 임윤찬은 악마적 기교를 요구한다는 리스트의 ‘초절정기교 연습곡’ 12곡 전곡을 65분간 쉬지 않고 연주해 피아니스트계에 천재가 탄생했다는 말을 들었다. 준결선 후부터 임윤찬이 당연히 우승을 차지할 것이란 반응이 유튜브 등에서 쏟아졌다.

임윤찬이 결선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고 있다. / ‘The Cliburn’ 유튜브

임윤찬이 준결선에서 리스트의 ‘초절정기교 연습곡’을 연주하고 있다. / ‘The Cliburn’ 유튜브
조은아 피아니스트는 페이스북에 잇따라 글을 올리며 임윤찬을 다음과 같이 극찬했다.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수준을 뛰어넘는 연주라는 평가가 눈길을 끈다.

“어마무시 성장했네요. 어렸을 적엔 손민수가 무서웠는데,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제자를 길러내는군요. 반 클라이번이라는 그릇에 담기에 과분한 연주자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준결선에서 연주한 리스트 초절기교 전곡이나 결선에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협 3번은 콩쿠르를 넘어 2022년 세계 음악계가 기억해야 할 기념비적 연주란 생각도 들고, 하늘에서 지구에 점지해 준 피아니스트가 마침 한국의 조성진이라 여기며 자랑스러웠는데, 예상보다 훨씬 단 시간만에 또 하나의 점지가 일어난 듯하니 가슴이 막 벅차오르네요. 결선의 변수는 31세 최연장자에 만삭의 인간극장, 안나 게뉴셰네일텐데, 깊이 있는 연주야 괄목의 경지이지만 남편 루카스 게뉴서스와 활발히 펼쳐 온 연주이력을 떠올리자면 이미 기성 연주자로 분류되어야 하잖나, 신진을 발굴해야 할 콩쿠르 본연의 의미에선 최연소 임윤찬의 연주가 더 귀하지 않나, 이런 잡념 혹은 국뽕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결과가 어찌 나오든 임윤찬의 반클라이번은 두고두고 곱씹어 기억될만한 역사적 연주라 생각합니다.”

“0. 임윤찬은 청중이 가득 찬 무대 보다는 혼자 있는 연습실을 더 좋아하고, 할 수만 있다면 녹음만 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속내를 밝혀왔다. 연주가 내내 엉망이었어도 막판 10초 과시적 열연에 화르르 열광하는 공연의 생리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청중으로선 꽤 서운한 고백이다. 내면에 침잠하는 완벽주의를 방해했다간 글렌 굴드처럼 전격 은둔을 선언할지 모른다.

0. 앞으로 한 동안 ‘제 2의 조성진’이라는 수식이 난사되거나 어설픈 비교가 남발할 것이다. 하지만 판이하게 다르다. 과묵함 정도만 닮았다.

0. 이렇듯 소모적인 미디어에 휘둘리지 않길 바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한국 음악계를 위해 몸소 선양해주길 바라는 양가적 감정이 갈팡질팡한다. 디지털 인공지능의 시대, 누가 이 쌩고생을 하며 피아노를 치고 옛 서양음악을 파고 들겠는가, 이런 회의를 싹 불식시킬만한 빛나는 재능을 만났으니 말이다.

0. 음악에 관심 없는 국민이더라도 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한번쯤 꼭 들어봐 주었으면 좋겠다.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예술의 절체절명. 지구가 인류에게 공들여 점지한 피아니스트가 한국에서 등장했다.

0. 임윤찬은 이제야 18세, 한참더 청춘이다.“

임윤찬은 2017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서 손민수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 한예종 산하 예술영재교육원 출신이다.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국내파라는 점도 주목을 모은다.

2019년 15세의 나이로 윤이상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괴물급 신동이 탄생했다는 말을 듣더니 기어이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도 역대 최연소 우승을 거머쥐며 클래식 음악계에 전설을 하나 추가했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일곱 살에 상가 피아노학원에서 처음 연주를 배우기 시작한 소년이 어느덧 젊은 거장의 반열에 들어섰다.

임윤찬이 대단한 이유는 음악을 대하는 구도자적 자세로 인해 앞으로도 음악적 저변이 깊고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산에 들어가 피아노만 치고 싶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바 있다. 조은아가 언급한 것처럼 청중이 가득 찬 무대보다는 혼자 있는 연습실을 더 좋아하고, 할 수만 있다면 녹음만 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콩쿠르에 출전하기 전에 그는 “커리어에 대한 야망은 0.1%도 없고, 내년 성인이 되기 전에 내 음악이 얼마나 성숙했는지 보기 위해 콩쿠르에 나왔다“고 말한 바 있다.

임윤찬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고 있다. / ‘The Cliburn’ 유튜브 영상 캡처
임윤찬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고 있다. / ‘The Cliburn’ 유튜브 영상 캡처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