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골치가 아파지게 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벌이는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애플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서 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한 때문이다.
앞서 애플은 지난 1일(현지 시각) 러시아에서 모든 제품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러시아 외 지역의 앱스토어에서 러시아 관영 매체 러시아투데이(RT), 스푸트니크의 뉴스를 서비스하지 않겠다고 했다. 미국 정부의 러시아 경제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
애플의 이 같은 결정은 러시아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의 점유율은 15%가량이다.
문제는 애플의 이 같은 결정이 삼성전자에도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의 러시아 의존도는 상당하다. 2007년부터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33.2%에 이른다. 이처럼 시장점유율이 높은 까닭에 삼성전자는 러시아 현지에서 생산 공장도 가동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CCS인사이트의 수석애널리스트 벤 우드는 3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이 같은 결정이 삼성전자와 같은 회사들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어인사이트앤드스트래티지의 수석애널리스트 안셸 새그는 다른 회사들이 어쩔 수 없이 애플의 조치를 따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러시아 수출통제 조치인 '해외직접제품규제(FDPR)'의 적용 대상에 휴대전화, 자동차, 세탁기 등 소비재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압박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우크리이나의 비무장화와 중립국 지위라는 목적을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군사작전의 목적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중립국 지위에 있다고 밝히고 이 같은 목적을 성공적으로 이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이 전날 프랑스 대국민 연설에서 “푸틴 혼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택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푸틴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내에서 예상치 못한 장기전에 부딪히자 측근들에게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삼성전자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