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평균 집값이 11억원을 돌파한 시대, 서울 시내에 34평 아파트가 7억원 대인 단지가 있다. 단지 전체가 서울 아파트 가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외진 곳에 있거나 아파트가 심히 낡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주민들이 집 사는 건 말리고 전세나 월세로 들어오는 것도 비추천한다고 한다. 무슨 연유일까.

해당 아파트는 서울 구로동 럭키아파트다. 지금은 LG아파트로 이름이 바뀌고 아파트 외벽에 새롭게 페인트칠이 됐다.
단지 바로 앞에 지하철역이 붙은 초역세권에다 2호선·7호선 2개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더블역세권이다. 신촌, 홍대와 가깝고 강남역은 30분 거리다.
요즘 아파트들은 동 간이 너무 좁아 답답한데 이 단지는 정원 규모가 매우 커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인근에 물가 싼 구로시장이 있어 장보기도 편리하다. 생활 인프라 면에서는 구로구에서 상위권 단지에 속한다.
이 정도면 집값이 만만찮을 것 같은데 시장 지표는 반대다.
이 아파트는 공급면적 기준 75㎡(약 23평), 78㎡(약 24평), 96㎡(약 29평), 111㎡(약 34평) 4가지 타입이 있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실거래가는 6억2000만~7억4500만원이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현재 매매 시세도 비슷한 흐름이다. 75㎡가 5억8000만~6억6000만원, 78㎡ 5억9000만~6억7000만원, 96㎡ 6억2000만~7억원, 111㎡ 7억~7억7000만원 선이다.
지난달 서울의 평균 아파트 전세가격이 6억6932만원이니, 전셋값으로 20평대 중후반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네이버 부동산에는 매물 물량이 상당하다. 현재 최소 6가구당 1가구 꼴로 매물 정보가 올라와 있다. 하지만 거래는 뜸한 편이다.

이유는 마이너스 입지 조건 때문이다. 해당 단지의 행정상 주소는 구로동으로, 대림역 1번 출구 앞에 있다. 하지만 지하철 내부로 조금만 걸어가거나 지상에서 길 두어 개만 건너면 그 유명한 대림동 차이나타운으로 진입한다.
대림동 차이나타운은 대림역 12번 출구 바깥에서부터 대림중앙시장까지 이어지는 상권이다. 대림중앙시장 내 상점의 40%가 중국인 소유일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차이나타운이다.
‘2019 영등포구 통계연보’를 보면 서울 영등포구 내 등록 외국인 3만5822명 중 2만5251명(70.5%)이 대림1~3동에 살고 있다. 특히 대림2·3동은 외국인 비율이 각각 42.5%(9453명), 41%(1만2093명)에 달한다. 외국인 대부분은 조선족 등 중국인이다.

차이나타운이 이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조선족에 대한 편견 섞인 시선 때문이다.
코로나19를 확산시키는 게 아니냐는 혐오 사상이 깔려 있다. 그 이전에 대림동을 배경으로 한 범죄 영화들이 인기를 끌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진 측면도 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베이징 동계올림픽 문화침탈, 편파 판정 논란은 '반중 정서'에 기폭제가 되는 모양새다.
LG아파트를 비롯한 주변 건물이 중국인 소유가 많아 재건축, 재개발이 어렵다고 보고 한국인들은 아파트 매입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에 해당 아파트 집주인들은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게 쉽지 않아 중국인에게 월세나 전세를 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