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후보는 9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에 따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집권 시 전 정권 적폐 청산 수사를 할 거냐’라는 중앙일보의 질문에 “해야죠. 해야 돼”라고 답했다.
윤 후보의 발언은 즉각 파문을 불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윤 후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 대선판이 출렁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오전 참모회의에서 "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는 이 정부의 적폐가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단 말인가"라며 윤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고도 말했다.
'강력한 분노'라는 이례적 언급을 통해 문 대통령이 윤 후보 발언을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그간 청와대는 선거 개입 우려로 인해 윤 후보의 여러 언급과 의혹에 대해 언급을 자제했다. 그러다 윤 후보가 문재인정부를 사실상 '적폐 정부'로 규정하자 강력 대응한 셈이다.
문 대통령의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 윤석열'에서 '문재인 대 윤석열'로 대선 전선을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모은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부분 40%대를 기록하고 있다. 집권 후반기 대통령 지지율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보다 지지율이 높다. 역대 대통령 중 30% 이상 지지율로 임기를 마친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문 대통령 지지율은 돋보인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이처럼 높을 지지율을 등에 업고 여권 대결집을 노리고 윤 후보와의 대결 구도를 형성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윤 후보에게 밀리는 이 후보에게 지지율 반전 계기를 마련해주기 위해 총대를 멨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언급이 여권 대결집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여권 지지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아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과거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들 중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싣기 위해 이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
여권 대결집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여권 인사들은 부지런히 군불을 때고 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윤 후보가 정치보복을 입에 담아버린 이상 이번 대선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참담한 일을 막는 대선이 돼버렸다. 다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뜻)를 외치는 그런 시대를 맞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당선되지 않으면 노 전 대통령 죽음과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석열 후보 발언은 한마디로 공개적인 정치보복 선언"이라며 "대선후보가 죄도 없는 현직 대통령을 사실상 수사하겠다고 공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최재성 전 민주당 의원은 전날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윤 후보를 향해 "정말 미친 사람이 아니면 저런 얘기를 해놓고 또 보복이 아니라고 부인할 수 있나"라며 "훨씬 더 비열하고 조금 공포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쪽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권을 막론하고 부정한 사람들에 대한 수사를 공정하게 진행했던 우리 후보가 문재인정부도 잘못한 일이 있다면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론을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 청와대가 발끈했다"고 말했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발표해 "문 대통령이 적폐 수사 원칙을 밝힌 윤 후보를 향해 사과를 요구한 것은 부당한 선거 개입으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 “여당이 적폐 수사라는 말을 가지고 정치 보복한다라고 하는 것을 보니 자해공갈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문 대통령에 대한 강한 애정이 있는 분들 지지자들 중 상당수가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 이 후보가 그나마 우리 편이라는 걸 활용하기 위해서 이해찬 전 대표 같은 분이 이제 스스로 오버해 강하게 이걸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 지지자와 이 후보 지지자를 애써 분리해 문 대통령 대응이 부를 수 있는 파장을 차단한 셈이다.
윤 후보는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날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재경전라북도민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저 윤석열의 사전에 정치보복이란 단어는 없다"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떤 사정과 수사에도 일절 관여 않겠다는 뜻에서 민정수석실을 폐지한다는 말씀을 지난 여름부터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도 늘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없는 사정을 강조해왔다"며 "저 역시 권력형 비리와 부패에 대해선 법과 원칙, 공정한 시스템에 의해 처리돼야 한단 말씀을 드렸고 그건 검찰 재직시나 정치 시작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