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동건설 고 정순규 씨 가족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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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동건설(주) 건설현장 안전불감증 여전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 1년 만인 1월 27일(목) 시행된다. 설 명절 연휴를 5일여 앞두고 시행되는 이 법은 건설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려는 법이다. 이 법의 시행으로 건설 현장에서 두 번 다시 아까운 건설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참사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과 기대를 가져본다.
건설 현장에서 인명 경시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1일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 발생한 봉괴사고는 경악 그 자체이다. 노동자 1명이 숨지고 5명은 15일째 실종상태다. 공사 원청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에서 건물 철거 도중 발생한 붕괴 참사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현대산업개발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민주노총은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이 부른 예견된 참사이며 발의된 채 묶여 있는 건설안전특별법을 속히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건설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려는 생존의 목소리이다.
제정 1년 만에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두고 전국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했다. 26일 오전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경동건설 공사 현장에서 숨진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고 정순규(57) 씨의 아들 석채 씨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아버지를 처참하게 잃은 지 819일째가 되는 오늘은 아버지의 생신이다”라고 밝혀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경동건설 하청노동자였던 정순규 씨는 2019년 10월 부산시 문현동 경동 리인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 떨어져 숨졌다. 지난 2년여 동안 가족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아버지의 죽음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긴 싸움을 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경동건설이라는 골리앗과 싸우고 있다. 중대재해 피해 가족이 기업과 싸워야 하는 일이 현실에서는 다반사다. 피해가족은 다윗처럼 맨몸이지만 ‘한방에’ 골리앗 같은 기업을 쓰러뜨리지 못한다. 그러나 이 다윗들의 무수한 희생과 고통, 지루한 싸움 끝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에 올라 시행에 이르게 됐다.
경동건설 하청 노동자 정순규 씨는 자신의 과실로 사고가 났다는 경동건설 측의 주장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2021년 5월 12일 형사재판 결심공판에서 경동건설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현장소장에게 각 징역 1년 6개월, 경동건설 안전관리자에게 금고 1년, 경동건설과 하청업체에는 각각 벌금 1000만 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1심 선고에서는 모두 집행유예로 마무리되자 100여 곳의 노동단체 등은 공동기자회견을 여는 등 솜방망이 처벌한 1심 결과를 강하게 반발했다. 고 정순규 씨 사망사고에 대해 건설 노동 현장에서의 중대성을 감지한 김오수 검찰총장 등 검찰은 항소를 결정을 하면서 현재 재판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정순규 아들 석채 씨는 오늘 26일(수) 오전 부산고용노동청 앞 기자회견장에서 “지난해 1심 선고 전 경동건설 가해자들은 ‘모든 안전조치, 비계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는데도 재판부에 ’안전관리를 위반했더라도 정 씨 죽음에는 본인 책임이 크다”며 “고 정순규 아들이 여기저기 알리고 다녀서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며 반성문 같지도 않은 탄원서들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왜 사망했는지 모르겠다’, ‘그런 일 시킨 적 없다’, ‘왜 수직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는지 모르겠다’, ‘술먹고 죽었다’ 등 고인에게 책임전가하는 방식이 어쩜 모조리 똑 같을까요?“라며 하나 같이 똑같은 기업들의 행태를 성토했다.(본지 21년 6월 18일 사회면 '단독' 보도 "경동건설(주)비계설치하면서 낙하물 방지망, 안전요원 배치 안해" )
석채 씨는 ”모든 것이 조작되고 은폐된 경동건설 고 정순규 저희 아버지 사건을 보더라도 노동부와 산단은 목격자와 CCTV가 없다면서 경동건설 측이 주장하는 고인의 과실로 ‘산업재해조사표’를 그대로 반영해 조사를 끝마쳤다“며 ”KBS 시사직격에서 부실 은폐 증거들을 찾고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나고 유족들이 발벗고 나서 증거들을 제출하고, 경동건설이 사문서위조까지 했어도 사죄, 반성, 인정조차 없다“며 분개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유가족은 잠도 못자고 피눈물을 흘리는데 가해자들은 발을 뻗고 사문서 위조는 법으로 문제없다며 활개를 치고 다니는 것이 정상이냐?는 석채 씨의 외침은 정녕 고 정순규 씨 가족만의 문제일까? 참으로 답답하다.
이제 중대재해처벌법은 내일 시행에 들어간다. 그러나 시행을 2주를 앞둔 지난 12일 노동부가 전국 건설현장 안전조치를 일제히 점검한다고 전국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같은 행동은 51년 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처벌이 유력한 중대재해처벌법 1호 처벌 기업이 되지 않으려고 공사 중지를 하는 등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노동부도 법 시행 첫해인 만큼 중대재해처벌법이 정착될 수 있도록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건설사도 항구적인 안전조치로 산재는 예방이 우선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불법하도급, 특히 토착비리에 대해서는 엄단을 해야 한다. 건설현장에서 죽음은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니다. 사전 예방으로 죽음을 막을 수 있다.
광주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가 일어난지 며칠도 되지 않아 2주전 부산 해운대 경동리인뷰 신축공사 3층 현장에서 거푸집이 터지면서 뜨거운 콘크리트가 쏟아져 길가던 시민 한 명이 2도 화상을 입고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설사의 안전불감증은 고질적인 병이다. 광주 붕괴사고 참사에서 보여 주듯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다단계 하청을 쓰고 최소의 장비로 철거할 건물의 가운데부터 파는 작업을 했다. 줄어든 공사비 만큼 위험은 늘어 기업은 이윤을 수없이 남기고 있다, 그 결과 누군가의 남편, 가장, 아버지, 아들, 가족들이 계속 죽어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보완과 개정이 필요하다. 제정과정에서 고려됐으나 빠진 ’인과관계 추정‘ 조항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본지 1월 13일 사회면 보도 "해운대 경동리인뷰 공사현장 거푸집 터져... 보행자 부상")
오늘 26일은 경동건설 하청 노동자 고 정순규 씨의 생일날이었다. 정 씨의 아내는 새벽부터 남편을 위해 미역국을 끓였다고 한다. 먹지도 못할 생일상을 차린 아내의 심경은 어떤 것일까? 경동건설은 여전히 고인의 과실을 주장한다. 내일 부터 중대재해법이 시행된다. 이번엔 엄중하게 제대로 처벌해서 더이상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고 생일날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삶을 영위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