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의 배경에는 '불감증 3관왕' 정몽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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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에 파행인사 '도덕불감증'
십수년간 부친 불법묘지 '준법불감증'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용산사옥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뉴스1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용산사옥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뉴스1

시공능력 평가 9위의 대형 건설사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광주광역시에서 연이은 대형 사고를 내면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정몽규(60) 회장 퇴진 카드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후폭풍이 가라앉기는커녕 더 커지고 있다. 비난의 화살이 정 회장에게 쏠리는 것은 그가 현산 최대 주주이자 HDC그룹 총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간 보여준 각종 가치 불감증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증폭됐다고 보는 것이 맞는다.

건물 일부가 붕괴한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공사 현장. / 뉴스1
건물 일부가 붕괴한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공사 현장. / 뉴스1

국내 건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노형욱 장관은 17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현산에 정부가 운영하는 모든 법규와 규정상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페널티를 검토 중이다"며 "등록 말소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등록말소는 1993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에 적용됐던 제재 수위다. 이전의 건설 수주나 실적이 소멸하며 공공사업과 민간공사 신규 수주 등 모든 영업활동도 금지된다.

이번 사고는 전형적 인재이자 후진국형 참사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무리한 공기 단축을 위해 콘크리트 양생 과정이 부실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판이다.


현산으로서는 사고 여파가 아파트 재건축 수주 현장의 반발로 옮겨붙은 데 이어 급기야 시장 퇴출까지 거론되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이다.

사망사고 등 중대한 산업재해 발생 시 원청업체의 최고 책임자까지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달 27일 시행될 예정이라 정 회장이 구속될 수 있는 법적 처벌은 피해 갈 것으로 보이지만 총체적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판과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

정 회장의 공정성에 대한 둔감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양수리 정몽규 회장의 집 인근에 조성된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의 묘지. 묘 앞쪽으로 북한강이 흐르고 있는 배산임수의 지형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상수원보호구역이어서 불법 묘지다. / 포쓰저널 제공·사진=오경선 기자
양수리 정몽규 회장의 집 인근에 조성된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의 묘지. 묘 앞쪽으로 북한강이 흐르고 있는 배산임수의 지형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상수원보호구역이어서 불법 묘지다. / 포쓰저널 제공·사진=오경선 기자
양수리 정몽규 회장의 집 인근에 조성된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의 묘지. 묘 앞쪽으로 북한강이 흐르고 있는 배산임수의 지형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상수원보호구역이어서 불법 묘지다. / 포쓰저널 제공·사진=오경선 기자
양수리 정몽규 회장의 집 인근에 조성된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의 묘지. 묘 앞쪽으로 북한강이 흐르고 있는 배산임수의 지형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상수원보호구역이어서 불법 묘지다. / 포쓰저널 제공·사진=오경선 기자

정 회장은 2015년 부친인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의 묘지를 불법 조성했다는 혐의로 검찰로부터 약식기소됐다.

상수원보호구역인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 산 58번지 일대에 정 명예회장의 묘지를 불법으로 만들고 주변에 기념비 등을 설치한 혐의였다. 상수원보호구역엔 일반인이 장지를 조성할 수 없다.

관할 양평군청은 10년 전인 2005년에 불법적으로 묘지가 조성된 사실을 적발하고 검찰에 고발했으나, 정 회장은 벌금만 납부하고 묘소를 이장하지 않았다. 언론 보도를 보면 정 회장은 최소한 2020년까지 이행강제금만 내고 버티기를 해왔다.

불법으로 조성된 묘지를 이전하지 않으면 1년에 최대 두 번, 각 500만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정 회장은 매년 1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내고 선친 묘소를 '수호'해 온 것이다. 이른바 준법 불감증이 아니고서야 이해하기 힘든 배짱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2020년 2월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린 KFA 엠블럼 발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2020년 2월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린 KFA 엠블럼 발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정 회장의 불감증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3년부터 대한축구협회장을 이끌고 있는 정 회장은 과거 회전문 인사와 관련한 도덕 불감증 논란에 휩싸였다.

'현대가(家)'의 말을 잘 따른다는 핵심 인사들에게만 특권을 몰아주고 신선한 인물의 수혈을 막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다. 재임 초반 비리 심판을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으로 앉힌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 회장이 현산 회장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대한축구협회장직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