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가 20년간 몸담았던 MBC를 떠나며 남긴 글이 뭉클한 감동을 주고 있다.

김 PD는 지난 17일 사내 인트라넷 자유발언대에 "김태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20년간 집이었던 MBC를 오늘부로 떠난다. 내일부터는 방문증을 끊어야 들어갈 수 있다. 영화처럼 상자 하나 들고 멋있게 떠나고 싶었는데 살림살이가 너무 많아서 1t 트럭 도움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백화점에서 바지 사는 걸 망설이다 MBC 합격 전화에 카드를 긁었던 일, 예능국으로 처음 배정받고 새벽 출근해 자발적으로 회의실 테이블 닦던 일, 시간외수당 1등이라고 창피당하고 화장실에 숨었던 일, 편집하다 쓰러져 응급실 갔던 일" 등을 말하며 "온갖 희로애락이 스쳐 가는데 그래도 행복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시간들이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또 "많은 배려를 해준 회사와 프로그램 업무를 덜어준 후배들 덕분에 독립 준비를 차곡차곡 할 수 있었다"라며 "법인도 만들고 있고, 공유 오피스 생활도 잘 적응하고, 테스트 촬영도 진행했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MBC 나가서 어디로 가느냐?'는 질문이 많은데 당분간은 어딘가 귀속되지 않고 홀로 서보려고 한다"라며 "최근에 같이 일해보지 못했던 여러 후배들과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간담회도 하면서 훌륭한 인재들이 많아 놀랐다"라고 행운을 빌었다.
마지막으로 "MBC 임직원님들, 진행팀, 안전관리팀 청경님들, 청소 이모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라"라며 "저도 앞으로 엄청 건강하고 아주 행복할 예정이다. 감사하다"라고 인사했다.

한편 김 PD는 2001년 MBC에 입사해 간판 예능이 된 '무한도전'을 13년간 이끌고 지난 2019년에는 '놀면 뭐하니?'로 성공적인 복귀를 마쳤다.
현재 그는 가수 이효리와 새 예능 프로그램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하 김태호 PD가 MBC 사내 인트라넷 자유발언대에 올린 게시글 전문
김태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예능본부 김태호 PD입니다.
20년간 집이었던 MBC를 오늘부로 떠납니다.
내일부터는 방문증 끊어야 들어갈 수 있다니… 영화처럼 상자 하나 들고 멋있게 떠나고 싶었는데, 살림살이가 너무 많아서 오늘 1t 트럭 도움받았습니다.
백화점에서 바지를 살까 말까 망설이다 MBC 합격 전화에 카드 긁었던 일…
예능국으로 첫 배정받던 날 새벽 출근해 자발적으로 회의실 테이블들 닦던 일…
시간외수당이 전사 1등이라고 창피당하고 화장실에 숨었던 일…
일요일에 편집하다 쓰러져 응급실 갔던 일…
회사를 떠나는 순간 10년 20년 묶은 온갖 희로애락들이 스쳐 가는데 그래도 행복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지난여름 이후 많은 배려를 해주신 회사 덕분에, 그리고 제 프로그램 업무를 덜어준 후배들 덕분에 독립준비를 차곡차곡 할 수 있었습니다. 법인도 만들고 있고, 공유오피스 생활도 잘 적응하고, 테스트 촬영들도 진행했습니다.
SNS는 teoinmbc가 아니라 teofrommbc로 바꿨습니다. teo 따로 쓰는데 어색함 없애기 전까지는 잠시 mbc 이름 빌리겠습니다. 괜찮겠죠? ㅎㅎ
“MBC 나가서 어디로 가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어딘가로 귀속되지 않고 당분간 홀로 서보려 합니다.
최근에 아쉽게도 같이 일해보지 못했던 MBC 예능본부 여러 후배들과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간담회도 하면서 훌륭한 인재들이 많음에 놀랐습니다. MBC 미래는 이들이 빛낼 거 같습니다. 빛낼 기회만 만들어 주면 될 것 같습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MBC 임직원님들, 진행팀, 안전관리팀 청경님들, 청소 이모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저도 앞으로 엄청 건강하고 무지 행복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