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재직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한 직장인이 대기업의 현실이라며 게재한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공감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반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디시인사이드 내 부동산 갤러리에 '삼성맨인데 대기업 현실 알려준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40대에 삼성 공채 4x기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회사에 14년째 다니면서 퇴직자들 현실을 알려주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석화(석유화학)든 현대든 어디든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 곳은 없다"면서 "나 취직할 때만 해도 현대중공업이 근속연수 17년이네 어쩌네 했지만, 이미 구조조정 엄청나게 해서 거의 40살 되기 전에 해고됐다. 전장(전기장치) 부문은 다 잘라냈고, 그것도 모자라서 합병까지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기업에서 정년까지 다니려면 회사가 성장해야 한다. 이명박이 현대건설 회장 하던 시절에 다니던 사람들이 현재 부장들"이라고 설명했다.
글쓴이는 "지금과 비교하면 (현대도 그때는) 중소기업 수준이었으니 매년 성장하고 그만큼 사람도 조직도 많이 필요했다"며 "당시 이명박 같은 직원들이 입사 후 대리하다가 계열사 생기면 거기 사장하고, 또 계열사 생기니 회장하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들어간 너희가 부장을 달려면 회사가 얼마나 성장해야겠냐. 이미 저성장 시대에 들어선 데다 인력도 많이 필요 없게 됐기 때문에 정년은커녕 대부분 잘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대기업 관두면 나가서 할 거 많다고 생각하는데, 대기업은 시스템에 갖춰져 있어서 내가 하는 한 가지 일만 잘하면 된다"면서 "컴퓨터가 안되면 IT팀에 전화하고, 계약서 법률 자문이 필요하면 법무팀 보내면 되고, 현지 동향이 궁금하면 현지 지사에 전화하면 되고, 인허가가 필요하면 해당 부서 찾으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기 할 일만 하고 그 일만 하는 부품 같은 애들이 근무하는 게 대기업인데 퇴사하면 어디를 간다는 소리냐. 다 포기하고 중소기업 간다고 해도 채용하려는 목적이 새로운 일을 따오거나 혹은 따온 일을 잘 마무리하라는 의미라 매년 새로운 임원이 쏟아지면 바로 잘리게 되는 게 퇴직 후 삶"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좀 생각이 부족한 애들이나 586세대들 보고 '나도 저 정도는 다니겠지' 하지만 힘들다. 그럴 거면 차라리 독점적인 수익 구조를 가진 공기업을 가는 게 맞다. 30대 임원, 40대 사장 이런 것도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일찍 잘린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은 내가 1년 벌어서 나중에 3년 먹고 산다는 생각으로 다녀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갈렸다.
글쓴이의 말에 공감하는 이들은 "이미 규모가 커진 조직은 승진 적체가 심해서 차장대우니, 부장대우니 해서 연봉만 맞춰 주고, 실제 부서장 보직이 아닌 무보직 실무자로 차 있다" "공감해. 왜냐면 나도 거기 다니고 있거든" "대충 읽었는데 맞는 말이다. 보통 박사 후 입사 15~16년 차에서 고비가 오더라. 여기서 짐 쌀 걱정하는 애들 생김"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실력이 좋으면 정년이 문제겠냐" "이러니저러니 해도 기술직이 최고임. 평생 밥 벌어먹을 수 있다" 등의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