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대기 층까지 지은 아파트를 철거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문화재청 시뮬레이션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조선 왕릉(김포 장릉) 인근에 짓고 있는 이른바 ‘왕릉뷰 아파트’의 주변 경관을 분석한 결과 높이 기준을 맞추려면 아파트를 최대 19개층까지 철거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매일경제가 11일 인터넷판으로 보도했다.
문제는 이 경우에도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왕릉 500m 반경) 밖에 있는 아파트가 보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매체에 따르면 국회 문화재위원회는 문화재청에 '왕릉뷰 아파트' 경관 관련 시뮬레이션을 요청했다. 조선 왕릉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속 유지하려면 ‘왕릉뷰 아파트’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요구한 것.
문화재청 심의 없이 ‘왕릉뷰 아파트’를 짓고 있는 건설사는 대방건설 에듀포레힐, 금성백조 예미지트리플에듀, 대광로제비앙아파트 세 곳이다. 총 3000채 가량이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충격적이다. 대광건영은 20층을 2~5층으로, 대방건설은 20층을 1~19층으로, 금성백조는 25층을 6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 것.
문제는 이렇게 층수를 줄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20층짜리 건물을 1, 2층으로 줄이면 ‘아파트’라고 부를 수 없는 건물이 된다. 안전 문제도 있다. 이미 지은 건물의 상당 층을 날리면 입주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어떻게든 층수를 줄이더라도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범위(500m) 밖에 있는 아파트가 김포 장릉에서 보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나무를 심어 아파트를 가리는 건 가능성이 있을까. 이 또한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아파트 경관을 가리려면 30~58m 높이의 나무가 필요하다. 이렇게 큰 나무를 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는 경기 양평군 용문사의 입구에 있는 은행나무다.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된 이 나무의 높이가 42m다.
이에 따라 결국 ‘왕릉뷰 아파트’가 철거될 수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