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불붙은 전세난으로 집주인의 정당한 퇴거 요구에 불응하고 연락을 끊는 세입자가 속출하고 있다. 소송을 당하면 백전백패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딱히 갈 곳이 없는 세입자들이 소송 기간 동안이라도 버티기로 나오는 것이다.
최근 에펨코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현재 전세 놓은 집주인들 상황'이라는 제목의 사연이 한 예다.
집주인 A씨는 요즘 세입자 B씨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임대계약 기간이 끝나가는 시점에 맞춰 A씨는 자신이 실거주할 목적으로 세입자에게 문자 메시지로 집을 비워달라고 주문했다. 계약 기간보다 빨리 이사하면 이사비를 주겠다고도 제안했다.
그런데 B씨의 반응이 막무가내였다. "갈 데가 없다"며 집을 비워주려 하지 않았다.
A씨가 거듭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하자 B씨는 "법대로 하라"며 "버틸 수 있는 데까지 견뎌보겠다"고 응수했다. 이어 "법에서 끌어낼 때까지(버티겠다)"며 "연락 사절"이라고 못박았다. 더는 연락하지 말라며 대화를 거부한 것이다.
게시글에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집주인의 임대료 인상을 둘러싼 또 다른 갈등 사례도 소개됐다.
현행 임대차상 전세 계약 갱신시 5% 이내 인상이 가능하지만, 세입자와 합의해야 한다는 단서가 있어 일방적인 인상은 어렵다.
집주인 C씨는 세입자 D씨에게 전세만기 전에 전세계약서를 다시 쓰자고 요구했다. 주변 전세 시세가 5억원으로 많이 올라 기존보다 5% 증액한 3억5000만원으로 재계약을 요청했다.
그러자 D씨는 “계약금은 그대로 해야 한다"며 "(증액 요구는) 안 된다. 연락하지 말라”고 맞섰다.
◆'버티기' 들어간 세입자에겐 명도소송뿐
세입자는 전세계약 기간이 끝나기 6개월부터 2개월 전까지 기존 계약을 갱신해줄 것을 집주인에게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집주인이 임차인의 계약 연장을 거절할 수 있는 법적 사유가 있다.
그중 하나가 집주인이나 그 직계존·비속이 실거주할 예정일 때다. 위의 A-B간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세입자는 집주인의 실거주가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집을 비워주지 않을 수는 없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세입자가 합법적 퇴거 요청에 불응하면 명도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시간이 소요된다.
통상 명도소송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걸린다. 하지만 세입자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 2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