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청약에 당첨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새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됐다. 하지만 청약마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수도권은 공급 대비 수요가 많아 높은 청약 가점 커트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 리브부동산의 도움말로 현시점 서울, 경기권 청약 가점 커트라인을 알아보자.
35점→57점…서울 청약 당첨 커트라인
올해 1월에서 8월까지 서울에서 민간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기 위한 최저 가점은 평균 57점으로 나타났다.
청약 가점은 청약 통장 가입 기간(17점), 무주택 기간(32점), 부양가족 수(35점)를 합산한다.
자녀 한 명을 포함해 부양가족이 두 명인 30대가 도달할 수 있는 최대 청약 가점은 고작 52점이다. 사실상 30대는 서울 소재 민간 아파트에 청약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몇 년새 청약 가점 커트라인이 단기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7년 서울의 당첨 커트라인이 35점이었다. 4년 새 22점이나 올랐다.
청약 시장에서 22점은 무시할 점수가 아니다. 청약 수요자가 22점을 얻으려면 무주택 기간만 따져보더라도 10년의 세월이 걸린다. 청약통장 저축 기간의 경우 15년 이상을 보유해 만점을 획득하더라도 17점을 얻는 데 그친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례를 들어보자. 올해 분양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래미안원베일리’(서울 서초구)의 최저 당첨 가점은 몇 점일까. 놀랍게도 69점(전용 59㎡)이다. 최고 당첨 가점은 만점자(84점)였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반포동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기에 가점 커트라인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일반인이 69점을 확보하기란 어렵다. 69점을 쥐기 위해선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납부기간을 전부 만점받고도, 부양가족이 3명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청약시장이 이렇게 과열되진 않았다. 지난달 잔여 물량 무순위 청약으로 분양시장을 뜨겁게 달군 ‘디에이치자이개포’(서울 강남구)가 있다. 올해 입주 예정인 단지는 수십억의 분양가가 책정됐음에도 전용 84㎡ 1가구 모집에 12만4000여명이 몰렸다.
그런데 2018년 본 청약 당시 이 단지의 최저 당첨 커트라인은 41점(전용 171㎡)에 불과했다. 강남 한복판에 들어서는 신축아파트임에도 경쟁률이 16대 1 수준이었다. 자녀가 한 명 있는 30대 중반 청약 수요자라면 충분히 갖출 만한 점수였다.
생각보다 낮잖아? ‘경기 청약 가점 커트라인
올해 경기도에 분양된 민간 아파트 청약 가점 커트라인은 평균 35점으로 서울보다 훨씬 낮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평균의 함정일 뿐, 경기권 역시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경우 고공 청약 가점이 필요하다.
지난 1월 성남시에 공급된 '판교밸리자이(1~3단지)'의 경우 최저 당첨 가점은 63점이었다. 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국민 평형(전용 84㎡)은 73점의 통장을 보유한 청약 수요자가 가까스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노후 아파트가 많은 평촌에 선보인 ‘평촌트리지아’ 역시 높은 청약 가점 커트라인을 보였다. 최저 가점 커트라인은 54점, 최고 당첨 가점은 74점이었다.
반면 같은 경기도지만 교통, 편의시설 등 주거 인프라가 떨어지는 지역에선 미분양 단지가 속출했다. 경기권 청약 가점 커트라인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낮게 책정된 이유가 바로 이러한 양극화 현상 때문이다.
하지만 청약 당시에는 미분양으로 마감했어도 시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고 핵심 주거지에 청약 당첨이 어렵다면, 청약 가점이 낮은 지역에 청약을 내는 것도 내 집 마련을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점수는 말 그대로 최저 커트라인이다. 즉 안정적으로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선 3~5점 정도의 여유 점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