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음식 도둑 잡으려고 내 아이스크림에 '설사약'을 뿌렸더니…

2021-08-31 08:28

이튿날 범인들 화장실 '들락날락'
음식 주인도 '상해죄' 처벌 대상

기사와 무관한 사진 / 셔터스톡
기사와 무관한 사진 / 셔터스톡

기숙사나 고시원에서는 '공용 냉장고' 때문에 입주자 간에 간혹 다툼이 일어난다. 공용 냉장고에 보관해둔 개인 음식물이 자꾸만 실종되는 때다. 이런 경우 음식 도둑을 잡으려고 CC(폐쇄회로)TV 영상을 확인하거나, '음식을 함부로 먹지 마세요'라는 경고문을 붙여놓기도 한다.

그런데 '뜨거운 맛 좀 봐라'는 식으로, 다소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음식 주인들도 있다.

개드립
개드립

과거 개드립, 루리웹 등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트위터에 돌고 있는 기숙사 설사약 투척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 한 예다.

사연인 즉 기숙사에 사는 A씨는 매일 신경이 곤두서 있다. 기숙사 공용 냉장고에 넣어둔 개인 음식이 감쪽같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공용 냉장고에 접근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라 직접 범인을 잡기 힘든 데다, 고작 군것질거리 도둑을 잡겠다고 CCTV 열람을 요청하기도 민망하다.

고심 끝에 A씨는 도둑에게 절묘한(?) 복수극을 꾸몄다. 먹다 남긴 아이스크림에 설사약을 뿌린 것. 지사제가 아닌 ‘사하제’, 즉 의도적으로 설사를 유발하는 약이었다.

다음 날 아침, A씨는 B씨 등 기숙사원 3명이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화장실을 5분 간격으로 들락거린다는 소식을 입수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반으로 갈렸다. '설사약까지 탄 건 과했다'라는 지적과 '본인 음식에 설사약을 뿌리는 건 자유'라는 의견이 맞섰다. 이 상황을 법적으로 보면 어떻게 될까.

'내 음식'이어도 상해죄 성립 가능

기사와 무관한 사진 / 셔터스톡
기사와 무관한 사진 / 셔터스톡

A씨의 음식을 계속 훔쳐먹은 B씨 일당에게는 당연히 절도죄가 적용된다. 지금까지의 음식 절도를 모두 B씨 무리가 저질렀다면 상습성으로 인해 형이 가중된다.

네이버법률 등에 따르면 A씨도 죄를 면하기 어렵다.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동의 없이 타인에게 약물을 먹이는 행위는 상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

A씨는 자기 아이스크림에 약을 타면 음식 도둑이 복통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를 사전에 예견했다. 이처럼 특정 결과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행위를 이어나가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

일부 누리꾼은 A씨가 '평소 변비가 있어서 아이스크림에 설사약을 타 먹으려고 한 것"이라고 우기면 법적인 문제가 없지 않냐는 입장이다. 이때는 A씨에게 실제로 변비라는 지병이 있었는지, 이전에 설사약을 구매하거나 섭취한 이력이 존재하는지 등 여러 제반 사정을 따져봐야 한다.

다만 A씨가 계속된 절도 피해 탓에 홧김에 설사약을 넣었음이 입증되면 처벌 수위가 낮춰질 수 있다. 피해자(B씨 일당)에게 범행의 발생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경우 A씨 형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home 안준영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