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배달노동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선릉역 오토바이 배달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신호를 지키면서 운전하면 제때 배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라이더유니온은 29일 페이스북에서 “라이더유니온은 지난달 18일 신호를 지키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라이더보호법을 발의했다. 안전배달료, 알고리즘 협약권, 보험과 안전교육 등의 의무를 지우는 배달사업자 등록제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라면서 “이 법안이 빨리 통과됐다면 어땠을까?”라고 말했다. 배달사업자 등록제가 골자인 라이더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면 이번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단체는 “라이더유니온은 제도적 대안을 꾸준히 이야기했다. 4월에는 국회를 찾아 단체행동을 벌였고, 6월에는 12명의 조합원과 함께 신호를 지키면서 일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이제 다시 행동해야 할 때다”라고 밝혔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 12명은 6월 배달 때 신호를 준수하면 배송 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신호를 준수하면 배차부터 배달 완료까지 29.3분이 걸려 일반 배달(23.3분)보다 배달 시간이 늦어진다고 라이더유니온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라이더유니온은 “선릉역 사건 이후 조용한 추모를 이어갔다. 조의를 표하고 유족을 만나 산업재해 처리 과정에 대해 안내드렸고, 우리가 만든 법안에 대해 설명드렸다. 유족은 라이더유니온을 응원한다며 다른 라이더들을 위해서 꼭 법제도개선을 이루어내라고 말씀해주셨다”고 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유족에게 한) 약속을 지킬 것이다. 다시는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라이더보호법 통과를 위한 10만 라이더 서명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이고 국회에 법통과를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우리 조합원을 비롯한 많은 라이더들이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라면서 “이제 고인을 보내드리고 산 사람들이 해야 할 일, 라이더유니온이 할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선릉역 오토바이 배달원 사망 사고를 산업재해로 규정하고 배달원 안전 확보를 위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라이더유니언은 지난 27일엔 선릉역에서 사망한 오토바이 라이더에 대한 악플이 도를 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발표한 성명에서 라이더유니온은 "정지선 위반은 잘못이긴 하지만 죽어 마땅한 범죄행위는 아니다. 이륜차로 배달을 하는 이유는 하나다. 차 사이로 주행해서 신속하게 배달하라는 거다. 그게 아니라면 차로 배달하면 된다. 라이더도 음식점주도 배달회사도 소비자도 아는 사실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대안도 있다. 대만에서는 이륜차 전용 정지선을 만들어서 오토바이가 정지선 맨 앞에서 대기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이륜차 사고가 나면 라이더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 있다는 특성을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라이더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근무조건의 보장도 필요하다. 사실상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배달사업자들을 규제하고, 신호를 지켜서 배달 하더라도 적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안전배달료 도입과 과도한 시간압박에 대한 제한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달 오토바이 안전 문제가 누구 책임인지를 놓고 논란도 일고 있다.
한 누리꾼이 “먹고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다는 말보다 라이더들이 종횡무진 교통법규 무시해가며 달리는 동안 다른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인지하고 본인들의 권익을 주장하라고 쓴소리를 하지 라이더유니온은 “공격적 댓글 다실 시간에 선진국들이 이륜차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조금만 찾아보시길 바란다. 이륜차 배달이 뜨는 이유나 플랫폼 경제도 찾아보시고, 배달산업 공부도 해보라. 거꾸로 가는 게 무엇인지 보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는 29일 "다음달부터 배달의민족 대표교섭노조로서 사측과 배달원의 임금 교섭에 나서고 쿠팡이츠와는 라이더유니온과 공동교섭단을 꾸려 단체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플랫폼 기업에 배달원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