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약속한 아프간 여자친구... 탈레반이 카불 장악해서 큰일입니다”

2021-08-27 12:06

“비자 발급이라도 해주세요”
한국 정부에 도움 요청하는 아프간 사람들 이어져

우리 정부가 '미라클' 작전으로 한국을 도운 아프간인 조력자와 그 가족 378명을 구출한 가운데 추가로 도움을 요청하는 재한 아프간인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서울에서 유학 중인 아프간 유학생 나지브 배기(27) 씨를 27일 인터뷰했다. 탈레반에 의해 가족 모두가 살해당한 경험을 했던 그는 최근 결혼을 약속한 아프간인 여자친구를 두고 걱정에 빠져 있다.

"우리 가족도 한국 도왔어요, 제발…" 아프간인들 호소 이송 작전이 마무리 단계지만, 여전히 생이별을 감내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
중앙일보

기사와 관련 없는 아랍 여성 자료 사진입니다 / 이하 셔터스톡
기사와 관련 없는 아랍 여성 자료 사진입니다 / 이하 셔터스톡
카불의 무장 남성들
카불의 무장 남성들

심리 상담 박사 학위를 받은 여자친구는 아프간 여자아이들을 상담해 주기 위해 카불로 돌아갔다. 올해 초에는 한국에 들어와 배기 씨와 결혼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여의치 않아 일정을 잠시 미룬 상태였다. 그런데 그 사이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면서 둘은 생이별 위기에 놓였다. 자칫 여자친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나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기 씨는 비행기를 통한 구출이 어렵다면 비자 발급이라도 해달라는 입장이다. "한 달 뒤면 탈레반은 전 세계를 향해 아프간이 다시 정상적인 국가임을 보여주고 싶어할 것"이라며 "운송 수단이 정상화된다면 비자를 발급받은 아프간인들이 한국으로 넘어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사정은 배기 씨만이 아니다.

기자회견 중인 재한아프간인들
기자회견 중인 재한아프간인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는 재한 아프간인들이 모여 아프간에 남은 가족을 구조해달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미라클 작전이 한국 정부와 직접 협력한 아프간인들만 한정했다며 한국 기업과 NGO 등 민간 분야에서 협력한 아프간인도 구조해 달라고 밝혔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2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미라클 작전은 '천운'이었다며 "현지에 남은 아프간인 조력자를 추가 구출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home 권상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