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빼달란 말에 “택시 타라”던 이웃, 택시비 달라고 하자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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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8000원 제시에 “반만 주겠다”
구두 계약도 증명 가능하면 '유효'

공동주택 이웃지간이라도 사정이 있어 차를 못 빼주니 택시 이용하면 택시비를 내주겠다고 하는 것은 무례에 가깝다. 하물며 정작 택시비를 청구하자 '다 못주겠다'고 버틴다면 민폐 이웃일 것이다.

빌라에 거주하는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외출해야 하는 A씨의 차 앞에 이웃주민 B씨의 차량이 이중주차돼 있었던 것. 밀어봐도 차는 꿈쩍하질 않고 A씨는 이동주차를 부탁하기 위해 B씨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응답이 없었다.
그렇게 30분이 지난 후 겨우 연락이 닿은 B씨는 "지금 지방(경기 안양)이라 차를 빼줄 수 없으니 택시를 타고 다녀오면 택시비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먼 거리를 다녀와야 하는데 괜찮겠냐"는 A씨의 말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약속시간에 늦은 A씨는 결국 택시에 올랐다.
타지(경기 수원시)에서 볼일을 마친 A씨는 며칠 뒤 카톡으로 택시비 영수증(왕복 7만8500원)을 찍어보내고선 입금을 요청했다.
그러자 B씨는 6만원으로 깎자고 요구했고, A씨는 받아들였다. 자차를 몰고 목적지에 다녀왔어도 기름값, 톨비 등 비용이 어느 정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내 B씨의 태도가 다시 달라졌다. 2~3만원도 아니고 그 돈을 다 주는 건 억울하다며, 택시비의 반만 주겠다고 했다.
B씨는 "무대뽀로 이렇게 큰 돈을 청구하는 사람이 어디있나"며 "택시를 타라 했다고 양심상 이렇게하면 되겠나. 내가 부자도 아니고"라며 A씨를 힐난했다.
발끈한 A씨는 "(그쪽에서) 택시 타라고 먼저 얘기하지 않았나. (목적지가) 수원이라고도 했다"며 7만8000원 전액을 입금하라고 맞섰다.
A씨는 "B씨가 통화해놓고 카톡해놓고 멀리가는 줄 몰랐다고 잡아떼고 있다"며 "택시비 절반도 아직 안주고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B씨와 나눈 카톡 대화내용과 통화 녹음만을 근거로 들어 왕복 택시비를 받아낼 수 있을까.
◆ 구두계약 증명 가능하면 '유효'
법률상 구두계약도 유효하다. 그런데 구두계약이 성립하려면 명확한 증거를 통해 그 내용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증명책임은 계약의 효력을 주장하는 사람 측에 있다.
네이버법률 등에 따르면 위 상황에서는 A씨가 B씨와 나눈 통화 내용에 대한 녹음파일, 두 사람 사이 택시비 합의를 담은 카톡 내용 등이 계약의 증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A씨는 B씨에게 택시비를 타낼 수 있다. 문제는 7만8000원을 받아내기 위해 소송까지 가는 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점이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카톡 내용을 보면 두 사람이 살고 있는 건물은 '이중주차로 타 주민의 차량 이용이 어려워지면 당일 택시비를 이중주차 차량 차주가 부담한다'는 자치규약이 존재한다. 평소에도 이중주차로 인한 갈등이 상당했던 걸로 보인다.
이에 주민자치 차원에서 이런 규약을 마련했고 A씨는 앞서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이에 근거해 상대 차주로부터 택시비를 받은 적이 있다.
정당한 과정으로 만들어진 자치규약을 따르지 않는 주민에겐 입주민 대표기구를 통한 시정요청이 내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