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아파트에 화장실은 벽이나 방의 구석으로 밀려나 있다. 냄새부터 물 내리는 소리, 배관 등을 고려한 배열이다. 그런데 특이한 화장실 배치로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아파트가 있다.
지난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요즘 아파트 화장실 위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엔 한 아파트 평면도와 함께 내부 사진이 게재됐다.
전용면적 184㎡(약 56평)의 이 세대는 침실 5개에 욕실 2개를 갖춘 대형 평형이다. 그런데 평면도에서 눈길을 끈 것은 메인 화장실 위치. 거실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첨부된 사진도 집 귀퉁이가 아닌 거실 한 쪽에 외딴 섬처럼 놓여있는 메인 화장실 외면을 담았다.
해당 아파트는 경기도 용인 '연원마을 삼성쉐르빌'이다. 삼성중공업이 2002년 완공했다. 지대가 높아 조망이 좋고, 뒤편이 숲과 골프장으로 조성돼 있다. 보도 10분 거리에 분당선이 있다.
단지 내 평형은 전용 148㎡(약 45평), 184㎡ 두 가지다. 모두 대형인데 이 중 커뮤니티에 올라온 타입은 184㎡다.
두 평형 중 작은 편인 148㎡도 화장실이 2개이지만, 일반적인 위치에 배치돼 있다. 184㎡ 타입만 메인 화장실 위치가 뜬금없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거주자 편의를 위한 설계라고 진단한다. 184㎡ 타입은 2000년대 초 대가족을 겨냥해 지어진 만큼 5개 침실과 2개 화장실을 마련해야 했다.
흔히 안방은 현관과 가장 먼 곳에 두는 데, 안방과 현관 쪽에 각각 화장실을 설치하는 게 업계 불문율이다. 그런데 184㎡형은 안방 외에 침실이 4개가 흩어져 있는데, 메인 화장실을 현관 쪽에 설치하면 거리가 먼 거주자는 불편하다.
화장실을 중간에 놓는 것으로 불필요한 공간 낭비도 줄일 수 있다. 단순히 화장실을 떼 놓는 것으로 각 방의 크기와 창의 면적을 늘릴 수 있다.
또 화장실 벽을 통해 현관과 내부 공간의 시각적·공간적 단절을 유도하고 외부 소음, 냄새와 격리하는 중문(重門·대문 안에 거듭 세운 문) 효과도 있다.
다만 단점도 분명했다. 창이 없어 화장실의 환기와 습도 조절이 어렵다. 물소리가 거실 등에 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메인 화장실에 창문이 안 달린 아파트도 많고, 환기설비의 성능 개선으로 이 같은 제한은 무의미하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 최근 벽에 붙지 않은 화장실은 커튼월 방식을 채택한 일부 고급 아파트(해운대아이파크 등)도 적극 채용하고 있다.
현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연원마을 삼성쉐르빌의 최근 실거래가는 148㎡형이 지난해 11월 6억8000만~6억9000만원에 팔렸다. 184㎡형은 지난해 12월 8억원 정도에 매매됐다.
한국부동산원 매매 시세를 보면 148㎡형은 6억6000만~7억5000만원, 184㎡형은 7억1000만~8억1000만원 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