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를 찾는 문자가 왔다. 딸 번호가 아니었으나 설명이 있었다. 핸드폰을 떨어트렸다고, 액정이 깨져서 수리를 맡겼다고. 어투도 딸과 비슷해 엄마는 별다른 의심을 안 했다. 상대방은 급히 수리비를 결제해야 한다면서 신용카드와 신분증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
스미싱(문자 금융사기)이다. 최근엔 자녀를 사칭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부모님들이 가장 취약한 부분을 노리는 것.
대화 중 애플리케이션(앱)을 깔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원격으로 휴대폰을 조종하기 위해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런 안타까운 사연이 올라왔다. 피해금액이 무려 5000만원에 달하는 대형 사기 사건이다.
글쓴이 A씨는 '자녀 사칭 스미싱 5천만원 당한 후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자신의 엄마가 당한 스미싱 피해 사례를 공유했다.
수법은 위 사례와 비슷한 패턴이다.
범인은 문자로 자녀 이름을 언급하고 핸드폰 액정이 깨져 다른 핸드폰을 임시로 사용한다고 했다. 자녀 이름으로 문자가 왔으니 엄마는 아무런 의심없이 답장을 했고, 상대방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뭔가를 사야 하는데 앱이 설치돼야 한다면서 링크를 날렸다. 엄마가 링크를 클릭하자 원격 프로그램이 깔렸다.
그러자 범인은 엄마 휴대폰의 뱅킹 앱과 사진첩의 개인정보로 금융권에서 현금서비스와 장기대출을 5000만원이나 받았다.

뒤늦게 실제 자녀와 통화가 된 가족들은 부랴부랴 관할 경찰서로 달려갔지만 경찰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늦은 시간이라 사건을 접수할 수 없다는 것.
할 수 없이 다음날 사이버수사대를 방문해 사건을 접수하려고 하니 이번에는 피해 사실 서류를 떼와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한다.
글쓴이는 "경찰이 동행해 일처리를 도와주는 줄 알았는데 피해자가 직접 은행을 돌아다니며 서류를 발급받아야 했다"며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그런 이유로 사건 발생 12시간이 지나고서야 사건을 접수할 수 있었다. 사실상 경찰로부터 스미싱 사후조치에 관한 도움을 받지 못한 거다.
범인에게 덜컥 대출을 내준 신용카드사도 문제였다.
범인은 한 카드사로부터 엄마 명의로 17번의 현금서비스를 받았는데, 나중에 어머니가 휴대폰을 확인하니 아무런 본인 확인 문자도 발송되지 않았다. A씨가 카드사에 항의하니 "소액이라 의심을 안 했다. 미안하니 대출 이자만 면제해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변호사를 구해 일처리를 진행하고 있다"며 "엄마는 자책을 크게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스미싱은 계좌에 있는 잔액을 빼간다거나 카드로 결제를 하는 피해만 있는 줄 알았는데 장기대출까지 받을 줄을 꿈에도 몰랐다"고 괴로워했다.
누리꾼들은 '클릭 한 번 했다고 돈이 다 털리다니', ' 보안시스템이 너무 허술한거 아니냐' 등 속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기범 입장에서 스미싱은 가성비가 뛰어난 수법이다. 전화번호만 알면 다량의 문자를 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미싱은 문자는 물론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이뤄질 수 있으며, 사칭 대상도 자녀뿐 아니라 직장 동료나 지인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상한 문자 링크는 함부로 클릭하면 안 된다. 택배 반송, 모르는 물건 결제 등 주로 놀랄 만한 내용과 함께 온다. 개인정보와 금융정보 요구에 응하지 말아야 하며, 검증된 앱스토어에서만 앱을 설치해야 한다.
피해를 입었다면 112(경찰)에 신고하고, 118(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상담할 수 있다. 카드사를 통해 카드를 정지하고, 피해 사실을 밝혀 결제를 취소하는 등 대응할 수 있다. 본인 명의로 은행, 증권 계좌, 카드 등이 개설된 게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핸드폰은 서비스 센터서 검사한 뒤 필요에 따라 백업 후 초기화해야 한다.
주로 어르신들이 많이 당하는 피해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