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지방의 공시가 1억원 이하 아파트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취득세 중과 규정을 피할 수 있고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로부터 안전한 투자로 인식되면서 소액 투자자들이 저가아파트를 쓸어담는 것이다. 대표 지역이 부산이다.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에 따르면 부산은 지난해 7월 전체 아파트 거래량 중 1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 거래량이 4.46%에 불과했는데 5개월 뒤인 12월에는 10.3%로 2배 이상 늘었다
부산에서도 요즘 부동산 핫플레이스 중 한 곳은 외곽으로 분류되던 영도구다. 저렴한 가격으로 바다 전망을 누릴 수 있고 재건축·재개발 프리미엄까지 있는 노후 아파트가 꽤 있어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부산 오션뷰 아파트 1.7억 (평당가 아님)'이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됐다.
몇 장의 아파트 뷰 사진이 첨부됐는데, 푸른 바다가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창밖 오션뷰가 감탄을 자아냈다. 글쓴이는 '눈뜨자마자 반려묘도 오션뷰를 즐긴다'는 설명을 달았다.
침대에서도 바다가 보인다는 이 곳은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 위치한 '함지그린' 아파트다.
1994년 완공된 구축 아파트로, 1000세대가 거주하는 대단지다. 전용면적 57㎡(약 17평), 45㎡(약 13평) 두 타입이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를 보면 전용 45㎡의 거래량이 지난해 10월 4건에서 11월 50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12월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거래량은 다시 주춤했지만 올 3월 16건이 거래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용 45㎡의 지난해 5월 거래는 달랑 2건이었다. 각각 8500만원, 1억1000만원에 팔렸다. 그런데 지난달에는 최소 1억4800만원에서 최대 2억2000만원까지 매매가가 올라갔다. 집값이 1년 새 2배 정도 뛴 것이다.
전용 57㎡도 비슷하다. 지난해 5월 1억4900만원에서 1억6650만원에 6세대가 거래됐는데, 1년 뒤인 지난달에는 2억3000만원에서 2억8000만원에 9채가 팔렸다. 1년 새 1억 가량 몸값이 상승한 것이다.

이 아파트가 주목받는 것은 소자본으로 해안가 아파트를 보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외지인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용 45㎡와 57㎡의 올해 공시가격은 최고가 기준 각각 6830만원과 9800만원으로 1억원 이하다. 3년 후면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충족해 재건축 기대감도 크다. 단지는 9개동 가운데 1개동이 앞쪽으로 32㎝ 정도 기울어져 있고 주차장 바닥 곳곳에도 균열이 생겼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현 매매시세는 전용 45㎡가 1억5500만~1억8000만원, 57㎡가 2억3500만~2억6000만원에 잡혀 있다.
매물은 현재 45㎡가 1개, 57㎡가 11개 나와 있다. 단 바다 조망이 가능한 물건은 적은 편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 아파트를 4채나 보유한 투자자도 있다. 부산 일간지인 국제신문은 최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내부 리모델링만 하면 유명 리조트 부럽지 않다. 전국 해안가 아파트 중 정남향에 드넓은 바다 전망을 갖춘 곳은 흔치 않다"는 4채 매수자의 인터뷰를 전했다.
정부의 다주택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가 지방의 저가 아파트 시장마저 과열시킨 모양새다. 상당수는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수)를 노린 외지인 수요로,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