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멘붕 와서…” 코로나 격무 시달리다 목숨 끊은 간호 공무원의 '카톡'

2021-05-26 21:54

코호트 격리 돌입한 부산 한 병원을 담당, 관리
코로나 관련 업무 힘들다고 호소했던 공무원

코로나19 상황 관련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간호직 공무원이 생전 한 말이 전해졌다.

이하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제공
이하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제공

부산 동구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이 모(33) 씨 유족이 26일 A 씨의 카카오톡 대화록 일부를 공개했다.

이 씨는 지난 18일부터 확진자가 나와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부산 한 병원을 담당, 관리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날이었던 지난 22일 동료들에게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이날 이 씨는 오전 8시 19분 동료 2명과 대화를 하면서 "이른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하다"라며 "어제 오전에 (코호트 격리된) A 병원을 다녀와서 너무 마음에 부담이 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하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이하 뉴스1
이하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이하 뉴스1

이어 "정말 멘붕이 와서 B 님과 의논했고, 저는 주도적으로 현장에서 대응하기에 자신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몇 가지 방안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C 선생님과 D 주무(관)님이 같이 맡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먼저 의논하는 게 맞는데 제가 진짜 좀 마음이 고돼서 그런 생각을 못 했다"며 힘든 심경을 재차 밝혔다.

한 간부는 "코호트 격리를 처음 맡았고, 원래 담당해야 하는 순서가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힘들고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는 있다"면서 "그러나 어쨌든 중간에 시작했는데 중간에 못 하겠다고 하면 저로서는 책임감이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유족은 보건소 직원들이 차례로 순서를 정해 코호트 격리 병원을 담당해왔으나 이 씨가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순서가 아닌데도 업무를 떠맡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포털에 우울 관련 단어를 검색하고, 일을 그만두는 내용의 글도 여러 번 찾아봤다. 유족에 따르면 이 씨는 불안장애, 공황장애, 두통, 치매 등 신체적 증상은 물론 정신과, 우울증 등도 검색했다. 또 공무원 면직, 질병 휴직 등을 문의하는 게시글도 여러 번 봤다.

부산 동구청 측은 "사망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평소 의욕이 넘치고 일을 잘하는 직원이라 동료로부터 신뢰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