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화장실 대변기 개수와 맞춘다면서 남자화장실을 이렇게 만들었어요"

2021-05-26 09:16

넓은 공간에 소변기 2대만 설치된 남고 화장실 논란
“남성화장실 대·소변기, 여성화장실보다 많으면 안 돼”

리모델링 후 넓은 공간에 소변기가 단 2대밖에 없는 한 남자 고등학교의 신축 화장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교사가 시공사에 이의를 제기하자 충격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 와이고수, 엠팍 등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쌀통법 도입된 남고 화장실 근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여기엔 한 남자 고등학교 화장실 내부 사진과 이에 대한 현직 교사의 설명이 담겼다.

남고의 교사로 재직 중인 글쓴이는 "현직 교사다. 학교 리모델링을 했는데 새로 만들어진 화장실 소변기가 저렇다"면서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넓은 공간에 소변기가 단 두 대밖에 없는 한 남자 고등학교의 신축 화장실. /와이고수
넓은 공간에 소변기가 단 두 대밖에 없는 한 남자 고등학교의 신축 화장실. /와이고수

사진을 보면 소변기가 최소 5대 이상은 설치될 수 있는 넓은 공간에 우측을 기준으로 단 2대만 설치돼 있다.

이에 대해 글쓴이는 "평소 10명이 넘는 학생들이 사용하는데 소변기 개수가 공간에 비해 너무 적다"고 전했다.

그는 "시공사에 따져 보니 법에 있다고 해서 의아했다"면서 "공중화장실법을 찾아보니 여성화장실 대변기 수는 남성화장실 대·소변기 수의 합 이상만큼 설치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공중화장실 등의 설치기준 1항에는 "공중화장실 등은 남녀화장실을 구분하여야 하며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는 남성화장실의 대·소변기 수의 합 이상이 되도록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1항 내용.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1항 내용.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즉, 여성화장실의 변기 수가 5개라면 남성화장실의 대·소변기 수는 5개 이하여야 한다는 것.

시공사 측은 남성화장실 소변기를 공간에 맞게 설치할 시 그만큼 여성화장실 대변기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은 2005년 당시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발의한 지 2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심 의원은 "여자들의 화장실 평균 이용 시간은 남자들의 약 3배라고 하는데, 그러면 상식적으로 여자 화장실의 변기 수도 남자 화장실 대·소변기보다 3배 정도 많아야 균형이 맞지 않겠냐"며 "그동안은 화장실 총 면적의 반은 남자 화장실, 반은 여자 화장실로 사용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여자 화장실의 변기 수가 남자 화장실보다 적었던 것"이라고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취지는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를 늘리라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여성화장실 변기 수는 그대로 유지하고 오히려 남성화장실 변기수가 줄었다.

같은 시기 미국에서도 비슷한 법이 통과된 바 있다. 음식점·술집·공연장 등 공공장소의 여성화장실 숫자를 남성화장실 숫자의 2배로 해야 한다는 법인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논란이 거셌다.

지난 1월 천안시가 이용객 93%가 남성인 축구센터의 남성화장실 변기 수를 여성화장실과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소변기의 일부 철거를 시도해 논란을 빚었다. /MBC
지난 1월 천안시가 이용객 93%가 남성인 축구센터의 남성화장실 변기 수를 여성화장실과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소변기의 일부 철거를 시도해 논란을 빚었다. /MBC

지난 1월엔 천안시가 이용객 93%가 남성인 축구센터의 남성화장실 변기 수를 여성화장실과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소변기의 일부 철거를 시도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해당 게시물을 접한 누리꾼들은 "나라가 진짜 이상해졌다" "결과적 평등만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면 오히려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왜곡되죠.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망한 이유" "여자 걸 더 만들지, 남자 걸 왜 줄이냐" "이젠 욕하는 것도 귀찮다" 등 입법부의 탁상공론을 지적했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