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알바로 번 9000만원을 '코인'에 때려 박은 사람이 전한 현재 상황

2021-05-21 08:56

글쓴이, 4300만원 손해 본 채 코인판 떠나
“그나마 빚이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해당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뉴스1, 셔터스톡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해당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뉴스1, 셔터스톡

※ 암호화폐는 매우 변동성이 높은 투자 상품입니다. 자칫 큰 손실을 볼 수 있기에 투자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암호(가상)화폐 투자로 근검절약하며 모은 9000만원을 절반이나 잃은 대신 삶의 교훈을 얻었다는 한 누리꾼의 글이 깊은 감명을 자아내고 있다.

20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내 전자화폐 갤러리에 '이번 하락에 반토막 나고 퇴장'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마땅한 곳에 취업도 못 한 채 알바로 8년 최저시급 받으면서 힘들게 모은 돈 9000만원을 비트코인에 몰빵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런데 내가 매수할 때가 최고점이었다. 할까 말까 고민하며 꾹꾹 참다가 결국 4월 중순 전고점까지 넘긴 최고점 구간에서 풀 매수를 해버린 것"이라고 매수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내 재산 모두 비트코인에 투자하면서 스스로에게 '설령 무너진다고 해도 책임지겠다'는 마인드를 가졌었는데, 귀신 같이 며칠 안 돼서 마이너스만 찍히더라"고 설명했다.

글쓴이는 "그러다가 결국 어제 정신 나가서 4300만원 정도 손해 보고 매도했다"면서 "'모든 게 끝났다'라고 판단했기에 전량 손절했는데, 또 바로 귀신 같이 올라가는 걸 보니 괴로운 동시에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세력들의 농간에 개미들이 어떻게 휘둘리는지, 분명 2주 전까지만 해도 1억원까지 갈 수도 있다던 상승장 분위기가 싹 사라지면서 모든 게 끝난 것처럼 몰아가는 미디어 하며, 나뿐만이 아닌 다른 수많은 개미도 일사불란하게 패닉셀(하락 공포로 인해 투매하는 현상)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면서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 보고 있으니 많은 게 느껴지더라"고 언급했다.

글쓴이는 "힘들게 모은 내 최저시급 8년 인생이 반토막이 났는데 왜 후련한지 모르겠다. 맨날 라면 먹으면서 힘들게 돈 모았는데... 가족들에게조차 땡전 한 푼도 안 쓰고 모았다"고 했다.

그는 "치킨, 피자, 고기 먹고 싶은 거 억지로 눌러가면서 한 푼이라도 더 모으려고 그렇게 노력했던 내 과거들이 자꾸 생각나더라. 진짜 돈 써야 할 때 악착같이 움켜쥐려고 했던 내 모습과 생각들이 끊임없이 겹쳤다"라고 자책했다.

비트코인 시세 차트. /코인마켓캡
비트코인 시세 차트. /코인마켓캡

이어 "어떻게 보면 그런 내 모습들을 한 번에 지워주는 경험을 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는 가족들에게 만큼은 맘껏 돈 쓰면서 함께 먹고 즐거워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글쓴이는 "돈이란 건 움켜쥐려고 하면 안 되는구나, 그러면 정말 노예가 되는 거구나 싶었다"면서 "이 순간에도 큰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겠지. 실력도 없는 주제에 돈을 벌려고 뛰어들었던 내 경솔함과 교만함, 그리고 코인은 누구나 번다는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했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반성했다.

그는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날린 종잣돈은 겸허히 시장에 넘겨주고 이제 마음을 다시 추스를 생각"이라며 "난 퇴장하지만 결코 절망적이진 않다. 뭔가 돈의 쇠사슬에 옭아매어졌던 내 마음이 어느 정도 느슨하게 풀린 것 같다"고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오히려 빚투도 아니고 그냥 모았던 돈 날린 정도로 끝나서 감사하게 여긴다. 빚투한 개미들은 정말 힘들더라도 이상한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지금까지 고생했다" "9000만원을 모은 것 자체가 대단하네. 잘 될거야" "돈보다 중요한 걸 깨달았구나" "다시는 이런 도박 쳐다보지 마" "대부분 잃지. 정체 모를 온라인상의 영웅들과 성공담만 넘쳐날 뿐. 커리어를 키우거나 또 다른 사업을 잘 키워서 재기하길 바란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글쓴이를 응원했다.

한편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지난주부터 연이은 악재로 인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거대 기업들의 채택과 기관 투자자 진입을 기반으로 시장을 확대한 비트코인은 지난달 14일 사상 최고가 6만4854달러를 기록했지만, 최근 악재로 인한 매도세로 시세는 절반으로 떨어졌다

지난 12일 채굴 과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가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을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하락장이 시작됐고, 19일에는 중국인터넷금융협회, 중국은행업협회, 중국결제업무협회 등 중국 금융 기관 3곳이 민간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 제공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면서 매도세에 불이 붙었다.

19일 비트코인은 코인마켓캡 기준 한때 3만2000달러까지 하락했지만 저가 매수 흐름이 발생하면서 반등에 성공해 20일 오후 3시 50분 기준 4만달러대에 가까스로 진입했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