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암호화폐 거래소 100곳 이상이 9월에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2021-04-20 15:46

가상화폐 특금법 따라 은행이 국내 거래소 안전 검증 진행
책임 전가 당한 은행의 보수적인 검증으로 대다수 폐쇄될 듯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뉴스1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뉴스1

오는 9월 말 국내에서 운영 중인 100여 개의 가상(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상당수가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새로 개정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됨에 따라 사실상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종합 검증' 역할을 맡은 시중은행이 금융사고 책임에 대한 부담 탓에 매우 깐깐한 심사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개정 특금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거래소들에게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 신고 절차를 거쳐야만 영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계좌 발급 신청을 받은 은행은 해당 거래소(가상자산 사업자)의 위험도·안전성·사업모델 등에 대한 종합적 평가 결과를 토대로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내부 통제 시스템,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구축한 절차와 업무지침 등을 일일이 확인하고 '믿을 만하다'고 판단될 때만 실명계좌를 내주라는 뜻인데, 결국 거래소의 검증 책임은 은행에 있는 셈이다.

금융권은 이 같은 절차에 대해 난감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빗썸 강남 고객상담센터의 모습. /뉴스1
지난달 25일 서울 빗썸 강남 고객상담센터의 모습. /뉴스1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실명계좌를 터줬다가 해당 거래소에서 나중에 사고가 터지면 정부가 '투자자들은 은행과의 거래를 믿고 투자한 것'이라며 모든 책임을 은행에 떠넘길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사모펀드 사태에서 보듯 은행이 단순 판매 책임이 아니라 보상 책임까지 떠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이번 (실명계좌) 심사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점을 통해 5∼6개 거래소로부터 실명계좌 발급 상담을 받았다"면서 "솔직히 본격적으로 위험 평가를 진행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시스템이 열악한 업체들이었다"고 전했다.

현재 은행과 실명 계좌를 트고 영업하는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단 4곳뿐이다. 이들 거래소 역시 다시 평가를 거쳐야 하는 만큼 안심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이외의 다른 거래소들은 6개월의 법 적용 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 말까지 실명계좌를 어떻게든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 등을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9월 말 이후 살아남을 가상화폐 거래소가 '한 자릿수'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애초에 정부가 의도한 개정 특금법의 취지 중 하나가 은행 평가를 통해 잠재 위험이 큰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구조조정'이었을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도 대대적 거래소 구조조정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