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들의 표심이 무서웠다.
이들은 오세훈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에게 '몰표'를 주며 당선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KBS, MBC, SBS가 지난 7일 공동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18~19세 및 20대 남성의 무려 72.5%가 오 후보를 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출구조사 결과지만 실제 득표율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9일 에펨코리아 등 주요 커뮤니티에서는 "20대 남녀를 정확히 분석한 보고서"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확산했다. 여기에는 지난 2019년 2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공개한 보고서가 있었다. 보고서 제목은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요인 분석 및 대응 방안'이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조정하고 국가 중장기 발전전략 및 정책 방향의 수립, 분야별 국가정책 및 현안 과제를 기획하는 대통령 자문기관이다. 보통 이곳에서 만든 정책 연구 보고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3월 1일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시 일부 여성 단체들은 해당 보고서에 대해 "20대 여성을 왜곡·폄하하고 있다"며 항의했다. 결국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일부 민간 위원들이 청년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들을 내부적으로 정리한 자료로서 정책기획위원회의 공식 자료가 아님"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해당 보고서는 공식적인 정책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보고서 내용을 에펨코리아에 공유한 네티즌은 "(정부 여당이) 문제점, 해결책 다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표 계산하다가 (선거 패배) 맞았다"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해당 보고서에 대해 "최근 20대 남성의 국정 지지율 하락 요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제안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됨"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20대 여성은 민주화 이후 개인주의, 페미니즘 등의 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집단 이기주의' 감성의 진보 집단으로 급부상한 반면, 20대 남성은 경제적 생존권과 실리주의를 우선시하면서 정치적 유동성이 강한 실용주의 집단으로 변화"라고 분석했다.
이어 "20대 남성은 대북 인식, 병역, 여성 정책 등 여러 측면에서 20대 여성과의 인식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남. 20대 남성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역차별 및 박탈감 요인이 성별 할당제, 가산제 등 민주화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된 여성 편익 친화적 정부 정책에 기인한다고 믿음"이라고 설명했다.
또 "여권 내 일부 정치인의 젠더 편향적 정책 행보, 20대 남성의 불만과 요구를 고려한 통합적 정책 메시지 부재, 소통 의지 결여 등 상황적 제도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이라고 했다.
위원회는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 문제를 극복할 방안도 제시했다.
위원회는 "여성 문제 및 성평등 관련 발언이나 정책 수립과정에서 정부 여당 인사들이 보다 신중하고 분별 있는 태도를 폭넓게 공유할 수 있도록 대통령 및 국무총리의 특별한 메시지 필요. 여성 문제를 언급할 때에도 역차별을 당하는 남성들의 입장을 헤아려 신중하고도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도록 지침 설정 필요"라고 밝혔다.
이어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잠재적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페미니즘 편향적 교육 내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젠더 차별적 요소를 해소한 성 평등 교육 프로그램으로의 개선 방안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보고서 해당 부분 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