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동물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퍼지면서 전 세계에 고기, 어류, 유제품을 먹거나 관련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 채식주의 운동, 이른바 ‘비건(Vegan)’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버거킹, 롯데리아 등 유명 식품 체인들이 채식주의자들을 위해 고기를 넣지 않은 ‘비건 버거’를 출시하기도 하고, 화장품 업계도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은 ‘비건 화장품’을 만들고 있다.
비건 열풍은 패션 업계에까지 몰아치고 있다. 동물을 도축해서 만드는 가죽 대신 인조 가죽을 사용하는 것이 대세가 되는 중이다. 하지만 기존의 인조 가죽은 석유 화합물, 즉 플라스틱과 비닐로 만들었기 때문에 환경 오염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등장한 것이 이번에 화제가 된 식물, 바이오 성분으로 만든 ‘에코 가죽’ ‘비건 가죽’이다.
비건 가죽은 파인애플껍질, 나무껍질, 선인장껍질, 버섯 등 썩어서 분해되는 식물성 소재로 만든 가죽을 뜻한다. 특히 얼마 전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Hermès)가 만든 600만원짜리 가방이 위 사진에 보이는 버섯 종류로 가죽을 만들어 전 세계 비건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고 있다.
이번에 에르메스가 만들어 올 하반기 출시될 ‘빅토리아 백(Victoria Bag)’은 미국 친환경 기업 마이코웍스(Mycoworks)와 협업으로 제작됐다. 이 가방의 소재 비건 가죽인 ‘실바니아(Sylvania)’는 버섯 뿌리 부분의 균사체를 엮어 동물 가죽처럼 만든 물건이다. 실바니아에는 특허 과학 기술이 사용돼, 가방 제작 기간은 무려 3년이 걸렸다.
에르메스는 아직 이 가방의 정확한 가격을 밝히지 않았다. 일부 외신은 기존 빅토리아 백이 5150달러(약 58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이유로 특수 소재인 해당 가방이 600만원 이상에 판매될 거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같은 친환경 비건 가죽은 동물 가죽보다 훨씬 환경 오염이 덜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 기간도 수년 동안 키우는 가축과 달리 식물 수확에 드는 며칠만 있으면 되며, 가죽은 1kg 생산에 17000L 물이 드는 반면 비건 가죽은 상대적으로 소량만 있으면 된다. 또 가죽을 만들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역시 비교도 안 되게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