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글로벌 억만장자 기부 클럽에 가입했다.
16일 카카오는 김범수 의장이 빌 게이츠, 멀린다 게이츠 부부와 워런 버핏이 설립한 글로벌 억만장자 기부 클럽 '더기빙플레지'에 220번째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더기빙플레지는 10억 달러 이상 자산가가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속해야 회원이 될 수 있다. 2010년 빌·멀린다 게이츠 부부, 워런 버핏을 시작으로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등 세계 25개국 220명의 억만장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기부 캠페인이다.
앞서 배달의민족을 창업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219번째 회원으로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의장은 기부 서약서에 빌 게이츠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 창립 20주년 특집 기사를 보고 창업의 꿈을 키웠던 청년이 이제 ‘기빙플레지’ 서약을 앞두고 있다"며 "빌·멀린다 게이츠 부부와 워런 버핏, 그리고 앞선 기부자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의장의 더기빙플레지 기부 서약서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형미선·김범수입니다.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 창립 20주년 특집 기사를 보고 창업의 꿈을 키웠던 청년이 이제 ‘기빙플레지’ 서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 기사를 처음 접했던 때 만큼이나 설렘을 느낍니다. 기부 서약이라는 의미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빌·멀린다 게이츠 부부와 워런 버핏, 그리고 앞선 기부자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와 제 아내(형미선)는 오늘 이 서약을 통해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려고 합니다. 우리 부부는 아들 상빈, 딸 예빈과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눴던 여러 주제들 가운데 사회문제 해결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부터 기부금을 쓸 생각입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겪었던 저는 30대 시절에 이를 때까지 ‘부자가 되는 것’을 오직 인생의 성공이라 여기며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목표했던 부를 얻고 난 뒤 인생의 방향을 잃고 한동안 방황해야 했습니다. 모든 일을 멈추고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가족들과 보냈던 2년은 저 스스로를 깊이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인생 2막’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의미 있게 산다는 것’에 관해 스스로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랄프 왈도 에머슨(이 썼다고 널리 알려진) 시 <무엇이 성공인가>를 접한 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타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 /
한때 이 땅에 존재했던 것으로 인해 단 한 사람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
이것이 바로 성공이다”
성공의 의미를 다시 새겼던 10여년 전 저는 100명의 창업가(CEO)를 육성·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 도전은 카카오 공동체라는 훌륭한 결실로 대한민국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됐습니다.
카카오와 카카오를 통해 창업한 회사들이 함께 하는 ‘카카오 공동체’는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의 꿈을 펼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해낼 것이라 믿습니다. 이 서약을 시작으로 우리 부부는 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려 합니다. 사회적 기업이나 재단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100명의 혁신가를 발굴해 지원할 계획입니다.
혁신가들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꿈을 꾸고 싶습니다. 미래 교육시스템에 대한 적절한 대안도 찾아보려 합니다.
빈부 격차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고자 노력하고, 아프고 힘든 이들을 돕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또 다른 혁신가들의 여정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 서약에 흔쾌히 동의하고 지지해준 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2021. 3. 16.
형미선 김범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