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by Brandup Studio(브랜드업 스튜디오 제공 기사)
‘지속가능성’은 브랜드에게 중요한 가치다.
키덜트 장난감 ‘슬라임’이나 ‘평창 올림픽 롱패딩’ 등 당시엔 갖지 못해 안달이었던 아이템들이 어느새 지나가 버린 시간의 증표들이 되었다. 아무리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템이라지만 요즘에 이를 갖고 있다면 아마 ‘고인물’이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이렇듯 ‘고루함’과 ‘변화 없음’이라는 평가는 세상 모든 브랜드가 가장 두려워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에 똑똑한 브랜드들은 후킹 한 디자인과 트렌드만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리고 브랜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로 유행템과 클래식을 관통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주목하고 있다.
아르켓(Arket)
아르켓은 스웨덴 그룹 H&M그룹의 산하 브랜드다. H&M은 익히 알다시피 시작한 코스(COS), 앤아더스토리(& Other Stories)와 같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아르켓은 패션을 포함한 토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여성과 남성, 키즈, 홈을 위해 세심하게 만들어진 에센셜 아이템을 소개한다.
아르켓의 주된 콘셉트는 ‘매일의 일상을 아름답고, 즐겁고, 편하게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다. 월별 RTW(Ready To Wear)와 액세서리를 기본으로, 남성과 여성 컬렉션을 선보이며 매 시즌마다 각기 다른 색감과 획기적인 소재 등을 통해 현대적인 트렌드와 문화적인 요소를 결합한다.
여기에 다른 브랜드와의 또 다른 차별점은 비슷한 가치를 가진 타 브랜드들의 제품도 함께 선보인다는 것이다.
왜 아르켓이 지속 가능한지 궁금하다
아르켓의 디자인은 한마디로 타임리스하다. 현대적인 스칸디나비아 느낌에 클래식하고 깔끔한 컬렉션들은 오랫동안 사용 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SPA 브랜드로 포지셔닝했음에도 H&M과 ZARA와 같은 SPA 브랜드 전략의 정반대 노선을 취했고, 그 정점에는 ‘지속가능성’이 있다.
아르켓은 모든 컬렉션에 리사이클과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한다. 리사이클 캐시미어와 크롬 프리 탠 가죽(화학 성분 없이 무두질한 가죽), 오가닉 코튼 데님, 에코닐(리사이클링 나일론 원사) 폐기 나일론과 폐그물에서 뽑아낸 실로 만든 스윔웨어, 한 번 사용된 솜털과 깃털을 화약 약품 처리 없이 천연 온천수로 세척하여 재가공한 업사이클다운 컬렉션까지 갖추고 있다. 같은 디자인의 스웨터도 직조 방식에 따라 실의 함량과 스타일을 달리하여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 환경에 대한 이슈가 대두되면서 여러 브랜드가 천연 소재를 사용하거나 화약 약품 사용을 줄인 에코 프렌들리 제품을 다수 선보이고 있다.
지속가능한 디자인이 대체 뭐길래
실제로 최근의 소비자는 매 시즌 유행하는 아이템에 열광하거나 새로운 ‘스타일’, 눈에 띄는 ‘디자인’에만 열광하지 않는다. 지난해 열린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시상자였던 미국 여배우 제인 폰다는 2014년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입었던 드레스를 다시 입고 나왔다.
스텔라 매카트니, 구찌, 국내의 레코드와 같은 패션 브랜드부터 리빙 브랜드까지, 이제 유행이나 일회적 소비가 아닌, 지속 가능한 활용에 더욱 관심을 보인다. 따라서 평소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나 지속가능성에 가치를 둔 사람에게 아르켓은 훌륭한 선택이 되었다.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패션을 좋은 품질로 오랫동안 입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 소비인가.
‘아시아 1호’ 부티크로 선정된 한국
아르켓의 오프라인 매장은 전 세계에 독일과 영국을 포함해 총 21개가 있다. 현재는 주로 유럽 국가에 한해 입점하여 있다. 따라서 그동안 한국에서는 주로 해외직구를 통해 아르켓을 만나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올해 3월, 아시아 최초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에 첫 매장을 오픈했고 패션, 라이프스타일, 푸드 등 모든 요소를 아르켓의 감성으로 큐레이션 했다.
한 개 층 750㎡ 규모의 매장 안에서는 현대적이고 유니크하게 브랜드를 풀어내며 여성, 남성, 어린이 및 홈을 위해 세심하게 만든 에센셜 아이템 등 모든 아르켓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아르켓의 문화를 미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뉴 노르딕 채식 카페를 제공한다. 매장 내에 위치한 아르켓 카페는 각종 음료와 페이스트리, 스낵류로 구성된 베지테리안 메뉴로, 세계 각국의 영향이 가미된 전통 북유럽의 맛을 맛볼 수 있다.
유럽 지역 외에는 미국에서조차 매장을 내지않던 아르켓은 왜 아시아 1호점으로 한국을 선택했을까? 아르켓 측은 ‘한국 소비자들이 지속해서 보여준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반응’에 감화하며, ‘한국은 이미 매우 중요한 시장이었다’고 말했다.(특히 한국은 유럽 외의 국가 중 온라인으로 가장 활발한 방문/소비 트래픽을 보였다고)
그만큼 한국은 많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주목하는 시장이 되었고, 패션을 포함한 라이프스타일에 민감한 우리는 이제 아르켓의 스타일을 온전히 체험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제품에 대한 책임감은 소비자에게도 있다
한편으론 베이직한 디자인임에도 비슷한 브랜드 군에 비해 가격대가 높은 편이라는 의견이 있다. 시즌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내는 일이 당연한 패션 업계에서 시즌에 구애 받지 않고 아이템을 최소화한 점은 아르켓의 장점이자 단점이 된 것이다.
아르켓의 미션은 처음부터 높은 품질을 제공함으로써 책임 있는 ‘소비’를 대중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일리가 있다. 좋은 품질의 제품은 그에 맞는 가치가 있고, 소비자는 ‘이 제품이 진정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고민하며 소비를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이념과 가치만으로는 높은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달랠 순 없다. 아르켓의 디자인을 더 많은 소비자층이 경험할 기회를 모색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북미에도 진출하지 않은 아르켓이 한국 다음으로 선택한 곳은 중국 베이징이다. 이곳에는 한국에 이어 두 번째 아시아 매장이자 중국 최초 오프라인 매장이 들어설 것이다. 아르켓은 이미 작년 8월 중국 온라인 플랫폼 ‘티몰’에 디지털 스토어를 오픈했고, 위챗 미니 프로그램 스토어를 오픈 한 바 있다. 이미 패션, 리빙 업계에서 아시아 시장의 중요도가 치솟을 대로 치솟은 지금, 온라인을 통해 확인한 소비자 니즈, 이에 따른 브랜드의 오프라인 전략에도 우선 순위가 달라지고 있다.
기후 발자국을 덜 남기며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스타일로 지대한 팬덤을 생성한 아르켓. 홈, 여행,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그들은 유행과 후킹에 휩쓸리지 않고 지속해서 그들만의 길을 갈 것이다. 뚝심 있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국내 상륙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큐레이터b] : 세상의 힙하고 핫한 브랜드와 제품을 엄선해 친절하고 쉽게 소개하는 ‘브랜드업 스튜디오’의 큐레이션 시리즈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