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의 위험한 아내' 김정은이 종영소감을 밝혔다.
4일 김정은은 MBN 월화드라마 '나의 위험한 아내'(극본 황다은, 연출 이형민) 종영 이후 위키트리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배우 김정은은 지난 11월 24일 종영한 MBN 월화드라마 '나의 위험한 아내'(극본 황다은, 연출 이형민)에서 미모와 지성, 재력을 갖춘 '완벽한 아내'로 선망받는 삶을 살던 중, 졸지에 의문의 납치 사건에 휘말리는 심재경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나의 위험한 아내'는 극한의 위험한 선택을 하며 가정 안에서 전쟁을 시작하는 부부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아내와 남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찾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김정은은 '나의 위험한 아내'에서 남편 김윤철(최원영 분)의 외도에 맞서 납치 자작극을 주동하고, 독한 것에 더한 것으로 맞서는 전무후무한 아내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소름을 유발했다.
Q. '나의 위험한 아내'에 임했던 마음가짐은.
솔직히 힘들다고 느껴질 때마다, ‘이게 내 인생 마지막 드라마다’라고 심각하게 생각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되뇌며 촬영에 임했는데, 괜찮은 마음가짐 같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 된다고 생각하니 모든 순간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고 어떤 일이든 참고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에 할 때도 써먹을 생각인데, 이번보다는 좀 무뎌질 것 같아 걱정이다.
Q. 완성 된 작품을 보고 감정이 잘 전달된 장면이 있는지?
모니터 하면서도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낀 장면은 재경의 자작극 자체가 워낙 비현실적 판타지 같은 부분이어서 초반 3부에 재경을 연기하며, 처음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고 믿고싶지 않으면서도,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등 서서히 흑화되는 과정을 되도록 현실적으로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결정적으로 남편이 불륜녀와 나눈 내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문자를 보고 계단을 뛰어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뎌 주저앉아 소리죽여 우는 씬이 기억난다. 그 씬을 찍을 때 문득 재경이 이제 고아나 다름없고, 이 세상에 하나남은 가족이 남편뿐이었고, 그렇게 믿고 의지했는데...정말 가엽고 불쌍해서 미칠 것만 같아서 그 씬 볼 때도 내내 눈물이 났다.
Q. 결말을 어떻게 받아 들였는가
경쾌하고 재미있고 또한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되었던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재경이는 은혜와 여러 사람들에게, ‘넌 남편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결혼이라는 계약을 지키고 싶은 거잖아!!!’ 라며 늘 공격받는다. 근데 결혼을 지키고 싶은게 왜 마치 속물처럼 공격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되는지 모르겠다. 그럼 재경이는 당장 이혼을 해야 맞는 것일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렇다. 그렇지만 우리 드라마는 처음부터 남자들을 응징(?)하고 한 대 때려주는 재경의 화려한 복수극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등장한 남편의 외도와 불륜 등등을 미화 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은 복수를 위한 매우 폭력적이고 과장된 설정이었고, 또한 우리 드라마는 부부간에 용서에 대한 서사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결혼을 안 했다면 재경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을까? 나도 결혼 5년 차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사실 인간의 점점 늘어나는 수명을 고려했을 때 결혼이라는 제도 아래 평생 한사람만을 사랑해라! 하는 자체가 모순이 아닐까. 우리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가슴 뛰는 설레임은 오래 지속되는 힘이 없고 점점 다른 형태의 감정들이 부부 사이에 존재하게 된다. 그것이 의리든 존경이든 동지애든.
수많은 인간관계 중 가장 은밀하고 가까우면서도 가장 어렵고 깨지기 쉬운,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결혼이라는 제도는, 그만큼 지키고 견뎌내기 힘들기 때문에 지켜냈을 때의 더 큰 값어치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오히려 요즘같이 쉽게 이혼하는 시대에, 결혼이라는 약속을 서로 지켜가려고 노력하는 미덕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기혼자로서 많이 든다.
마지막에 재경이가 놓은 160억이라는 덫에 오히려 남편인 윤철이 본인의 의지로, 그러나 마음을 졸이며, 하지만 옴짝달싹 못하게 살게 되는, ‘뛰는 남편 위에 나는 아내가 있다!’ 라는 우리 드라마의 미덕을 아주 경쾌하게 잘 끝냈다고 생각한다. 주부들, 여자들이라면 사이다 같은 감정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Q. '나의 위험한 아내'는 배우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 작품을 쉬다 보니, 가끔 드라마나 영화에서 열정적인 배우들을 보면서, ‘아 나는 다시 저렇게 못할 것 같애’ 라는 기분이 들곤 했었다. 자신도 없어서 이런저런 핑계 대며 놀고만 싶었다. 정말 배우로서 치열했던 30대를 보냈던 날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 하다. 그러던 중에 ‘나의 위험한 아내’는 내게 열정과 자신감을 다시 지펴준 작품이다. 매우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난 1996년 MBC 2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정은은 앞서 MBC '별은 내 가슴에', '해바라기', '이브의 모든 것', SBS '파리의 연인', 영화 '가문의 영광',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수많은 히트작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결혼 후 복귀작이자 첫 악역 도전작으로 의미가 있었던 OCN '듀얼' 이후 약 3년 동안 연기 활동의 휴식기를 가졌던 김정은. 이번 '나의 위험한 아내'에서 그는 그 공백이 무색할 만큼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여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