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처음 공연한 뒤 전 세계 43개국에서 흥행하는 등 크게 성공한 퍼포먼스 공연 ‘난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 이 공연의 성공 뒤에는 ‘난타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배우이자 공연기획자, 연출가인 송승환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송승환의 눈 건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겨레는 현재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태인 송승환과 진행한 인터뷰를 12일 보도했다.
송승환은 지난 세월 동안 난타 등을 성공시키며 쌓아온 공연기획자로서의 경력을 인정받아 2018년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은 바 있다.
올림픽 개·폐회식은 공연 기술력 면에서 호평받으며 마무리됐지만, 그 이후 송승환의 시력은 급속도로 나빠져 현재는 글씨조차 거의 알아볼 수 없는 수준이다.
송승환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심 시력의 시각 세포가 거의 다 죽었다. 주변 시력이 살아있어 형체를 겨우 알아보는 정도다”라며 “문제는 글씨가 거의 안 보인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글씨를 읽을 수 없게 된 그는 티티에스(TTS, 텍스트 음성변환기술)의 힘을 빌려 연극 대본을 듣고 외운다. 대본 연습 날에는 행여 동료 배우들에게 폐가 될까 봐 100장이 넘는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모두 외워서 갔다고 한다.
직업 활동이자 가장 큰 취미인 ‘영화 보기’도 넷플릭스의 TTS 기술 도움을 받는다. 원래부터 영화 TTS 기술을 준비 중이던 미국 넷플릭스였지만, 송승환이 찾아가서 문의한 것이 계기가 되어 서비스 출시를 앞당겼다. 그는 시각장애인이 돼서야 그들의 어려움을 실감했다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비록 앞이 잘 보이지 않지만 그는 배우로서, 그리고 콘텐츠 제작자로서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송승환은 오는 18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정동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더 드레서’에서 주인공인 늙은 배우 ‘선생님(Sir)’을 연기한다.
그는 또 유튜브 영상 제작에도 나섰다. 송승환은 11뭘 중 유튜브 채널 ‘송승환의 원더풀라이프’를 공개한다. 해당 채널에는 이순재, 오현경, 김영옥 등 원로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 등이 올라올 예정이다.
1965년 KBS 어린이 프로그램 ‘은방울과 차돌이’에서 아역으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송승환. 비록 시력이라는 장애물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