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시집이지,
장난도 아니고
난 그런 거 못 써요.
코미디언 겸 작가 유병재(32)가 ‘말장난’이라는 제목으로 쓴 삼행시다.
유병재가 농담집 '블랙코미디'를 발간한 후 3년 만에 '말장난'이라는 책을 내놨다. 이번 책의 콘셉트는 삼행시집이다. 이행시와 삼행시, 사행시 등을 두루 담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유병재의 특기는 진지함과 유머를 가로지르는 특유의 재치다. 이번 시집에도 그런 그의 특성이 잘 나오 있다.
한 맺힐라
숨기지 마
- 한숨
건너뛰지 말고 좀 받으세요
강한 척하지 마시고요
검사 그거 얼마 비싸지도 않아요
진짜 속상하게 하지 말고 자식 말 좀 들으세요
- 건강검진
대학 입학이
출발점
- 대출
이렇게 빨리
자라주었구나
- 이자
유명을 달리할 때까지
병 들고 늙어가도
재미를 탐구하고 싶은 사람
- 유병재
추천 글은 쓴 사람은 배우 유아인이다. 특유의 진지함으로 유병재의 책을 추천했다.
유치한 말장난인 줄 알았는데 처절한 자기 고백이 읽힌다.
병맛을 가장한 고결한 인간의 나지막한 응원이 들린다.
재밌으면 장땡인 세상
천박한 위로가 득세하는 오늘
재가 될 때까지 자신을 태워 나타나는 글이라는 형상을 거리의 언어로 매만져 깊은 공감대를 그릴 줄 아는 작가의 태도가 반갑고 감사하다. 하늘이 내린 재능은 독점하는 자를 위한 선물이 아니라 쓸 줄 아는 사람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힘내라 유병재.
개그맨 조세호는 다음처럼 웃기는 추천사를 남겼다.
“병재야, 나는 왜 칸 이거밖에 안 남았냐. 책 너무 잘 읽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