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대사가 잘 안 들리는 이유가 이거였다니… 업계 종사자가 직접 공개

2020-09-28 13:23

온라인서 화제가 된 음향 편집기사 인터뷰
누리꾼 “답답하고 몰입도 깨지는데… 이런 이유였다니”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 '국제시장' 포스터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 '국제시장' 포스터

극장에서 한국영화를 볼 때 관객들이 느끼는 불편 중 하나는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효과음이나 음악은 크게 들리는데 배우들 대사는 조금만 낮게 말해도 웅얼웅얼 뭉개져서 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따라 한국영화에도 자막을 넣었으면 좋겠다는 영화 팬들의 의견이 온라인 게시물에는 심심찮게 올라오는 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캡쳐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캡쳐

이처럼 한국영화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영화업계 종사자가 직접 그 이유를 밝혀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에펨코리아, 뽐뿌, 익스트림무비, 여성시대, 더쿠 등 국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28일 ‘음향 편집기사가 말하는 한국영화에서 대사가 잘 안 들리는 이유’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지난달 출판된 영화 관련 도서 ‘영화하는 여자들’의 내용이 일부 소개돼 있다.

이하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이하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책이 인터뷰한 사람은 최은아 음향 편집기사. 최 기사는 인터뷰를 통해 한국영화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최 기사는 한국 영화 음향 녹음에 어떤 문제가 있냐는 질문에 “우선 동시녹음 마이크 자체가 멀다. 할리우드에서는 마이크가 엄청 가까이 들어온다고 들었다”고 했다. 또 마이크가 먼 이유는 촬영 현장의 상황 때문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동시녹음 기사님이 현장에서 파워가 좀 약하다”고 답했다.

이어서 “붐 마이크가 화면에 들어오면 NG다. 그림자가 나와도 안 된다. 그래서 일단 멀리 떨어지는 거다”라며 “녹음 욕심을 내는 기사님들도 있다. (촬영 스태프와) 싸우게 되더라도 과감하게 들어가 녹음을 하는데 그런 분들은 인기가 별로 없다. 싸우면서 작업하니까 현장 분위기가 안 좋아진다. 그런 분들의 동시녹음 소스는 정말 좋지만, 동시녹음이 좋다는 사실은 사운드 후반 작업하는 우리밖에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후시녹음이 잘 안 되는 국내 영화업계의 실상도 밝혔다. 그는 “배우들이 현장에서 했던 연기를 후시녹음으로 다시 하려면 잘 안된다. 연기를 잘하시는 분들은 화를 많이 낸다. 이걸 어떻게 다시 하냐고. 유해진 배우처럼 애드립을 잘하는 배우는 후시 녹음을 해달라고 하면 진짜 힘들어한다. 류승범씨 같은 분도 그렇고, 후시로 다시 녹음하면 연기를 잘 못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화날 만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익스트림무비' 캡쳐
온라인 커뮤니티 '익스트림무비' 캡쳐

해당 인터뷰를 본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한국영화 대사에 대해)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사투리 연기 들어가면 더 못 알아 듣겠다” “관객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몰입도 깨지는 데 제작자들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 안 하나 보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home 황찬익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