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입니다. 비동의강간죄 신설 형법 개정안 발의했습니다”

2020-08-12 23:10

오늘(1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
“그야말로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비동의강간죄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2일 류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의 취지와 함께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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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의원은 개정안을 두고 "성범죄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율하는 형법 제32장을 시대의 변화, 국제적 흐름에 맞추어 전면 재정비하는 법률안"이라고 소개했다.

류 의원은 "그야말로 세상이 달라졌다"며 비동의강간죄가 필요한 이유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폭행과 협박’으로 간음한 경우에만 강간죄 성립을 인정하는 법원의 해석은 더 이상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류 의원은 법전에 있는 '간음'이라는 단어를 모두 '성교'로 바꾸었다며 "한자 ‘간(姦)’은 ‘계집 녀(女)’ 자를 세 번 쌓은 글자로 ‘간악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여성혐오적' 표현을 바로잡는 한편 ‘유사성행위’ 등 간음이 아닌 행위를 포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호정 의원 페이스북
류호정 의원 페이스북

류호정 의원의 개정안 취지가 담겨 있는 기자회견 전문이다.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의당 국회의원 류호정입니다.

저는 오늘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성범죄 근절과 피해자 보호를 염원하는 많은 시민의 기대 앞에 섰습니다. 전문가들과 함께 오랫동안 준비한 법안을 소개하겠습니다.

대한민국 형법은 국민과 국가의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성범죄 처벌을 통해 보호해야 하는 법익은 ‘성적자기결정권’입니다. 타인에 의해 강요받거나 지배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이고 책임 있게 자신의 성적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일부입니다.

본 개정안은 단순히 몇 가지 구성요건과 형량을 고치는 안이 아닙니다. 성범죄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율하는 형법 제32장을 시대의 변화, 국제적 흐름에 맞추어 전면 재정비하는 법률안입니다.

우리 형법 제32장은 성범죄 처벌에 관한 ‘기본법’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지난 1995년, 본 장의 제목을 ‘정조에 관한 죄’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로 개정했습니다. 그리고 25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급변하는 시대, 성범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변화했고, 다양한 형태의 성범죄가 출현했습니다. 그야말로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형법 제32장의 제목을 그 보호법익에 맞춰 ‘성적침해의죄’로 변경하고, 구체적 내용을 전면 수정해야 합니다.

첫째, ‘간음’이라는 법문을 모두 ‘성교’로 바꿨습니다. 간음은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가 아닌 이성과 성관계를 맺음’을 의미합니다. 한자 ‘간(姦)’은 ‘계집 녀(女)’ 자를 세 번 쌓은 글자로 ‘간악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여성혐오적’ 표현을 바로잡는 한편 ‘유사성행위’ 등 간음이 아닌 행위를 포괄할 수 있습니다.

둘째, 형법 제297조 강간죄를 행위 태양에 따라 세 가지로 유형화했습니다. 제1항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제2항은 ‘폭행, 협박 또는 위계, 위력으로’ 제3항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로 했습니다.

제1항은 이른바 ‘비동의강간죄’를 신설하는 것입니다.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폭행과 협박’으로 간음한 경우에만 강간죄 성립을 인정하는 법원의 해석은 더 이상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2항은 ‘업무상 위계 위력에 의한 간음죄’를 삭제하고 기본 강간죄 구성요건에 확장하는 것입니다. 현행 형법 제303조는 의사와 환자 사이, 종교인과 신자 사이처럼 실제 위계 위력이 존재해도 ‘업무상’ 관계로 인정되지 않으면 적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셋째, 법문과 구성요건의 개정으로 의미가 없어졌거나 다른 형사법과 처벌이 중복되는 법 조항을 삭제하는 등 체계를 정리하고, 강간 등 상해치사, 강간 등 살인치사와 같이 국민의 법감정에 비추어 현저히 낮은 형량을 상향 조정하여 법의 실효성을 제고했습니다.

오늘 발의한 형법 개정안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국회 부의장 김상희 의원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정춘숙 의원님을 비롯해 열두 분의 의원님이 공동발의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큰 힘이 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60년이 넘도록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강간죄, 이제 바꿔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8월 12일 국회 소통관

정의당 국회의원 류호정

home 권상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