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챗에게 물어봐!

“검찰권 확대말라” 경찰, 검경 수사권조정에 반발

2020-08-07 16:08

법무부 대통령령 입법예고에 “'검찰 개혁' 취지 못살려”
“검찰권 확장하고, 경찰 수사 종결권 의미 없게 만들어”

김창룡 신임 경찰청장이 지난 7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이하 연합뉴스
김창룡 신임 경찰청장이 지난 7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이하 연합뉴스

경찰청이 7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법무부의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대통령령 제정안에 대해 "법 개정의 목적인 '검찰 개혁'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고 즉각 반발해 귀추가 주목된다.

경찰청은 이날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대통령령을 두고 "입법 예고 기간 중 개정 법률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수정하기 위해 총력·사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형소법 대통령령이 법무부 단독 주관이라는 점, 검찰청법 대통령령에서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 받으면 사건을 경찰에 보낼 필요가 없는 점, 지방검찰청장(지검장)에게 수사 개시 여부에 대한 판단권을 부여한 점 등을 '검찰의 3종 만능열쇠'라며 반발의 주된 이유로 들었다.

경찰은 이어 '검사의 재수사 요청에 따라 경찰이 재수사한 이후 검사가 사건의 송치를 경찰에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점' '재수사 요청 기간 90일이 지난 이후 검사가 언제든지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점' ' 경찰에서 수사 중지한 모든 사건을 검사에게 보내도록 한 점 등도 불만의 대상으로 꼽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형소법 대통령령의 법무부 단독 주관에 대해 "대통령령은 검사와 경찰에 공통 적용되는 수사 절차를 담고 있으니 당연히 두 기관의 공동주관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령에 마련된 수사준칙은 경찰과 검찰 간 입장이 다른 쟁점 상당수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실무적용 과정에서 이견 발생이 불가피하다"며 "법무부 단독 주관 시 일방적 유권해석으로 자의적 개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7월 24일 경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7월 24일 경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받으면 사건을 경찰에 보낼 필요가 없다는 조항을 두고 "검사는 주관적인 의심만으로 범죄 사실을 부풀려 수사 개시 범위에 해당하는 사건인 것처럼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을 수 있다"며 "이는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무제한 확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마약 수출입 범죄를 마약 수출입 범죄를 경제 범죄에,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 범죄를 대형참사 범죄에 포함해 검사의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대목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경찰청 관계자는 그러면서 "마약범죄는 경제범죄가 아니라 명백히 보건범죄이며, 사이버범죄는 인명피해를 전제로 하는 대형참사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개정 검찰청법이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으로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6개 범죄로 한정하고도 마약, 사이버 범죄까지 수사 가능 범위를 넓혔다는 얘기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경찰청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경찰청

경찰은 또 이번 대통령령에서 검사의 수사 개시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재량권을 지검장에게 부여한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경찰은 "검찰의 직접 수사는 지방검찰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지검장은 소속 검사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진다"며 "지검장에게 수사 개시 여부에 대한 판단 권한을 주면 검찰 통제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통령령이 검사의 권한을 다수 신설해 검찰권을 확장하고, 경찰의 수사 종결권을 의미 없게 만들었다"며 "경찰과 검찰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이번 안은 지난 2월부터 법무부와 행안부 등 관계기관의 협의를 거쳐 마련됐다"며 "수사준칙 형사소송법의 소관부서이자 법령해석기관인 법무부의 소관임이 명백하나 경찰 주장을 일부 수용해 '해석 및 개정은 법무부 장관이 행안부 장관과 협의하여 결정'하도록 정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home 윤석진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