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스크린과 브라운관 속에서 대중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받으며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들. 그러나 그들도 한때는 누군가의 팬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매주 일요일 '김하연 PICK' 성덕 특집 코너에서 성공한 덕후가 된 스타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김하연 PICK-'성덕' 특집] (1) 이선균♥전혜진
"전혜진 양은 내가 대학시절 굉장히 좋아했던 배우다. 좋아하는 여배우와 결혼하게 돼서 큰 영광이라 생각한다" (이선균, 2009년 결혼식 기자회견 중)
배우 이선균, 전혜진 부부의 러브스토리는 마치 영화 같다. 무명배우였던 한 남자는 '대학로 전지현'이라 불리던 여성과 평생을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됐다.
과거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이선균은 아내 전혜진과의 러브스토리를 공개했다.
-'대학로 전지현'의 팬이었던 이선균
그는 "과거 보잘것없는 나에 비해 예쁜 미모와 훌륭한 연기로 '대학로 전지현'으로 불린 아내의 열혈 팬이었다. 흔하지 않은 배우라 너무 만나보고 싶었다"고 팬밍아웃(누군가의 팬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을 뜻하는 말) 했다.
하늘이 도왔을까. 이선균은 자신의 친구가 전혜진과 같은 극단에 들어가 절친이 됐고, 친구의 도움으로 전혜진과 만남을 가지게 됐다.
"단역 대본을 기다리고 있는데 친구가 갑자기 전화 와서 '너 미팅 한번 갈래?'라고 하더라. FD한테 '혹시 대본이 나오면 알려줘라' 말하고 탄현에서 바로 대학로로 갔다. 가서 커피 한 잔 10분 정도 마셨는데 매니저한테 대본이 나왔다고 전화가 왔다"
그 안에 비중과 관계없이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소중한 단역에게 대본은 놓칠 수 없었을 터다. 이에 이선균은 직진을 선택했다.
"이렇게 가다가는 아무것도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다 보고 있는데 용기 내서 '연락처 좀 주세요'라고 했다. 함부로 말 건네기 힘든 캐릭터인데 당황해서 연락처를 찍어주더라. 그렇게 연애가 시작됐다"
-잘나가는 배우와 무명 배우의 연애
당시 전혜진은 대학로에서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배우였다.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고 팬까지 있었다. 무려 별명이 '대학로 전지현'이었다.
이에 이선균 역시 연애 시작 전 자신감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용기를 내서 전화번호를 물었지만, 이후의 만남은 포기하려고 했을 정도였다.
"좋은 배우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만 나는 내세울 게 하나도 없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과 1기라는 울타리가 있었는데 졸업하고 나니까 아무것도 없더라. 자신감이 없어서 차 한잔하고 헤어지려고 했다. 편하게 동료로 지내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화를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한 두 사람은 몇 번의 만남을 가지게 되고,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했다.
-한 번의 위기와 확신
'무명배우'라는 자격지심을 갖고 시작한 연애는 문제를 야기했다. 그렇게 30대를 맞이한 이선균은 주변에서 "헤어지는 거 아니면 결혼하는 거다"라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결혼이란 제도 앞에 자유로운 걸 좋아했던 그는 "만약 그녀 말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면 법적으로 죄가 된다는 것도 두려웠던 것 같다"며 "그 친구한테 사내답게 말을 한 것도 아니고 내가 힘든 걸 보여줬다. 내가 그녀를 떠나게 했고, 치사했다"고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아무런 이야기 없이 자주 술을 먹고 갈팡질팡하는 이선균의 모습을 본 전혜진은 모든 연락을 끊고 땅끝마을 해남의 한 사찰에서 지내는 것을 선택했다. 우연히 지인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선균은 전혜진이 안전하게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아무 말 없이 기다렸고 그렇게 한 달 반이 흘렀다.
이선균은 "아내가 우리집에 돌아왔던 그때 하필 후배와 게임을 하고 있었다. 화가 나 짐을 싸기 시작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나가려는 품새는 아니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아내가 짐을 싸는데 잡을 생각은 안 하고 '너 전화 왜 안 받았어?'라고 물었다. 정말 유치했다"며 "그 말에 둘이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그때 '아 이제 못 헤어지겠구나' 그런 느낌이 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연인에서 평생의 동반자로
이별 위기를 넘긴 두 사람은 더욱 사이가 돈독해졌다. 결혼을 결심하고 상견례를 마쳤고, 30대인 만큼 아이 계획도 빠르게 세웠다. 그리고 상견례 이후 일주일 만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겹경사를 맞이하게 됐다.
이선균은 웨딩화보 촬영을 마친 후 서프라이즈 파티에서 프러포즈를 기획했다. 그는 전혜진 오빠가 운영하는 카페에 브라스 밴드를 섭외하고 친구들까지 초대했다.
그리고 전혜진 앞에서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전혜진에게 자랑스러운 좋은 남편과 배 안에 있는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될 것을 굳게 맹세합니다"라고 선언한 뒤 결혼에 골인했다.
2009년, 7년의 열애 끝에 결혼한 이선균, 전혜진은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어느덧 결혼 12년 차를 맞이한 두 사람은 여전히 행복하다.
전혜진은 2018년 패션매거진 그라치아코리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결혼을 계기로 살림과 육아를 하면서 삶이 더 행복해졌다”며 “예전의 나에 비해 힘이 많이 빠지면서 현장도 훨씬 편안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선균은 지난해 10월 tvN '시베리아 선발대' 출연 당시 아내 전혜진에게 수시로 영상통화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역에 정차한 후 전혜진과 통화하던 중 "기차 좀 보여주지"라는 요청에 바로 기차에 들어가 가이드처럼 소개하는 다정한 면모를 드러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