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6개월 ①] ‘꽁꽁’ 얼어붙은 명동... 상가 공실 증가한다

2020-08-05 17:33

코로나 직격탄 맞은 명동… 임대료 하락에도 좀처럼 활기 찾지 못해
명동관광특구협의회, 상권 살리기 위한 간담회 통해 자구책 마련 나서

지난 4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 / 이지은 기자
지난 4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 / 이지은 기자

“명동 상권이 살아나긴 할까요?” 지난 4일 오후 명동 거리에서 만난 한 상인이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6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는 먹거리 노점상을 운영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아내던 그는 당장 먹고살려고 마스크를 팔고 있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의 판매대에는 갖가지 간식거리 대신 포장된 마스크만 가득 쌓여 있었다.

이날 기자가 찾은 명동은 ‘쇼핑 1번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외국인들로 왁자지껄했던 예전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쇼핑백을 든 사람조차 찾기 힘들 정도였다. 목에 사원증을 건 인근 직장인이 더 눈에 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인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그나마 가게를 둘러보던 손님들도 발길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매장 직원들의 표정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화장품 매장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일본어, 중국어, 영어 등이 섞인 호객 소리가 울려 퍼졌어야 했으나, 이날은 매장에서 튼 음악 소리만 나직히 흘러나왔다.

매장 상황을 파악하려고 들어간 한 화장품 매장에선 적막감만 감돌았다. 색조 화장품을 고른 뒤 계산해달라고 하자 직원이 반색하며 가격 바코드를 찍었다.

건너편에 있는 동일 브랜드의 매장을 찾아 오전 장사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직원은 “아무래도 오전에는 손님이 없어서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손해를 덜 본다”며 “다음에도 꼭 우리 매장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4일 오후 명동 거리에 있는 매장이 문을 닫은 모습 / 이지은 기자
지난 4일 오후 명동 거리에 있는 매장이 문을 닫은 모습 / 이지은 기자

실제로 명동 거리 매장엔 입구마다 단축 영업시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낮 12시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명동 상권에서만 4, 5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화장품 업체들도 임시 휴점하거나 탄력 근무를 시행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아예 문을 닫고 간판을 뗀 곳도 어렵잖게 찾을 수 있었다.

명동 골목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맞은편에 있던 화장품 가게들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전부 문을 닫았다”며 “내국인을 상대하던 일부 상점들을 제외하곤 거의 전멸이라고 보면 된다. 주 고객층인 외국인들이 발길을 끊었으니 매출의 90% 이상이 날아갔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감정원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0년 2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핵심 상권인 명동, 동대문 상권을 중심으로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임대료가 하락했다. 문제는 임대료가 내려갔음에도 명동 상권이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임대료가 높다 보니 월 1000만원대 적자를 보는 매장이 많다”면서 “다들 계약 기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동관광특구협의회는 지난 6월 명동 상권 살리기 위한 간담회를 하고 자구책 마련에 돌입했다. 명동관광특구협의회 관계자는 “지난 간담회에서 명동1번가에 돔 형태의 지붕을 씌우면 날씨 영향을 받지 않고 고객들도 많이 찾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왔다”며 “서울시 허가가 필요한 까닭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home 이지은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