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3일 미국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 당시 이곳에선 세계 최대 게임사인 블리자드의 게임 전시회 ‘블리즈컨’이 한창 열리고 있었다. 해마다 블리즈컨에서 굵직한 신작이 공개된 만큼, 게임 유저들의 시선은 일제히 애너하임으로 쏠렸다. 블리자드가 이날 공개한 게임은 ‘디아블로 이모탈’.
반응은 냉랭했다. 인기 지식재산권(IP) ‘디아블로’를 모바일로 구현한 이 게임을 두고 유저들은 “PC버전을 기대했다” “블리자드가 유저를 기만한 운영이 최근 잦다” “‘디아블로’ 고유의 게임성이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혹평을 쏟았다. 출시일자는 아직까지 미정. 누적 판매량 4000만장을 넘고 세계 최고의 게임 IP로 평가받던 ‘디아블로’도 성난 유저들 앞에선 꼬리를 내린 것이다.
한 게임 전문가는 “삼성전자, 애플이 출시한 스마트폰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다채로울 수 있다. 그러나 게임은 다르다. 호(好)와 불호(不好)가 명확히 나뉜다. 유저 친화적으로 게임을 운영하면 흥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개발력도 증진된다”고 말했다. 게임 회사가 출시 전 유저를 대상으로 한 비공개테스트(CBT)에 열을 가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게임사만 봐도 그렇다. 넥슨이 과금을 부추기는 유료형 아이템을 출시하자 유저들은 게임 불매운동을 펼쳤고, 넥슨 관계자는 공개 사과했다. 엔씨소프트는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유저 반응을 고려하고, 게임 퀄리티를 개선해나간다. 또 게임사들은 대부분 게임마스터(GM)를 비치한다. 게임을 차질 없이 운영함과 동시에 이용자 반응을 지속해 피드백하면서 게임 발전에 힘쓰는 것이다.
유저들이 ‘갑’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게임을 장시간 직접 즐기는 유저들의 반응과 평가가 게임 전문 테스트 업체나 평가 기관의 분석보다 신뢰할 만한 데이터일 수 있다. 게임사들이 유저들과 가까운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다음달 코스닥에 상장되는 카카오게임즈가 최근 유저를 기만한 미숙한 게임 운영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퍼블리싱 중인 ‘가디언 테일즈’와 관련한 이벤트을 열면서 게임 속 대사를 공개했는데, 해당 대사가 여성을 비하해 유저들의 공분을 산 것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카카오게임즈는 대사를 수정했지만 이번에는 남성을 비하하는 용어로 대사가 바뀌어 '성별 갈등' 논란으로까지 사태가 번졌다.
설상가상 유저들에게 통보하지 않은 채 대사를 수정한 사실이 드러나자 서버 불안정 문제까지 불거졌다. 3N이 좌지우지하는 게임 시장에서 구글플레이 평점 4.9점, 매출 상위권에 오르는 등 흥행몰이를 이어가던 이 게임의 평점은 순식간에 2.2점으로 추락했다.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유저를 고려하지 않는 방만한 게임 운영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달빛조각사’를 출시했을 때도 운영 미숙과 서비스 접속 지연, 게임 오류 등으로 인해 이용자 대거 이탈을 경험했다. ‘달빛조각사’ 매출은 출시 2달 만에 반 토막 났고, 2위까지 올랐던 매출 순위는 40위까지 떨어졌다.
상장을 앞두고 있다곤 하지만 게임 운영에선 아직 미숙한 기색이 역력하다. 유저들에게 좀 더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사명에 나오듯 카카오게임즈는 게임 회사이기 때문이다. 유저들에 초점을 맞춘 성숙한 게임 운영이 뒷받침돼야 상장 시너지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디아블로’를 장착한 블리자드도 예외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