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후 쪼들린다는 이유로 짜장면 시킬지 탕수육 시킬지 고민하지 마세요

2020-07-24 17:20

퇴사 전 최소 3개월치 생활비 모아두기
돈사용계획 설계… 퇴사전후 혜택 체크

짜장면과 탕수육 사진의 출처는 뉴스1이고 남성의 사진은 픽사베이 자료사진입니다.
짜장면과 탕수육 사진의 출처는 뉴스1이고 남성의 사진은 픽사베이 자료사진입니다.

직장생활에 지쳐 잠시 쉬려 한다. 자의든 타의든 직장을 나오게 될 경우 비상자금은 심신 안정을 돕는다. 퇴사전 비상금은 어느정도 모아두는 게 좋을까.

24일 경제교육협동조합인 푸른살림의 박미정 대표는 직장인은 3개월치, 프리랜서는 6개월치 생활비를 적정 비상금이라고 조언했다.

퇴사 전 최소 3개월치 생활비 모아두기

재취업이나 다른 소득 활동을 시작하게 될 때까지 필요한 시간을 그 정도로 본 거다. 비상자금은 급할떄 꺼내 쓸수 없는 곳에 묶어두지말고 언제든 사용 가능한 금융상품으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처 모아 둔 비상자금이 없을 때는 퇴직금이 역할을 대신한다. 따라서 퇴사하기 전에 퇴직금 예상 수령액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실업급여까지 합쳐지면 다음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기본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다만 퇴사 후 여행이나 새로운 것을 배울 경우 기본 생활비 외에 추가 자금이 들어간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비상자금은 얼마를 보유하느냐의 문제라기보다 돈을 벌 수 없는 기간을 대비하는 일종의 '안전관리 습관'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쉬는 동안 생활비 분배는 어떻게

균형잡힌 분배를 위해선 돈이 빠져나가는 세 가지 루트를 알아야 한다.

(1) 대출상환 (2) 현재지출 (3) 미래저축이다. (1)번은 과거형, (2)번은 현재형, (3)번은 미래형이다.

수입이 끊기면 보유한 비상자금 액수를 놓고 월별 가용 자금이 얼마인지부터 산출해야 한다.

가정 먼저 계산해야 할 것은 고정지출이다.

월세, 관리비, 공과금, 각종 렌탈비, 인터넷, 휴대전화, 보장성 보험료, 각종 활부금, 대출상환 등이다.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으면 보험금이나 세금부터 얼마인지, 언제 납부해야 하는지를 짚어야 한다.

삶의 아이러니는 일할 때보다 놀 때 돈이 더 든다는 데 있다. 일에 쫓겨 사느라 그동안 못하고 살았던 것을 해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따라서 비상상황에 맞는 최저생계비 예산을 미리 짜보는 게 좋다. 한 달에 식비 얼마, 사람 만나는데 얼마, 문화생활 및 여행에 얼마. 이런 식으로 예산을 미리 세워두고 그 안에서 돈을 차감해 나가는 방식으로 써나가면 과도한 마이너스 생활을 예방할 수 있다.

신용카드는 서랍에

추가 소비여력은 잠시 접어둬야 한다. 비상상황인 만큼 정해진 예산안에서 돈을 쓰고 신용카드나 마이너스통장과 같은 추가 소비여력, 즉 내 돈도 아닌데 내 것처럼 느껴지는 남의 돈은 잠시 서랍에 넣어둬야 한다.

자기 성향에 따라 최적의 돈 관리법이 다르기에 정답은 없지만, 예산을 정해두고 쓰는 훈련은 생각보다 여유로운 지출을 가능케 한다.

가령 외식비를 너무 많이 써서 고민하는 사람은 외식을 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고 싼 메뉴를 고르게 된다.

그러나 한 달 외식비 예산을 설계해두면 짜장면을 열 번 먹을지, 탕수육을 세 번 먹을지 예산안에서 결정하면 되기에 막연한 부담감을 줄이고 외식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일단 써도 되는 예산을 산출해보고,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을지를 생각하는 단계를 거쳐야 후회없는 소비가 가능하다. 정해진 한도 안에서 최선의 소비를 찾는 것이 현명한 경제생활이다.

경기 고양시 국민은행 일산종합금융센터에서 시민들이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대출을 신청하고 있다. / 뉴스1
경기 고양시 국민은행 일산종합금융센터에서 시민들이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대출을 신청하고 있다. / 뉴스1

퇴사 전 야무지게 챙겨야 할 혜택은

우선 퇴직금이다.

퇴직금은 기본적으로 1년에 1개월치 월급으로 계산된다. 단 회사에 따라 매년 퇴직금을 정산해 지급하는 경우, 퇴직금이 누적돼 있는 경우, 퇴직연금으로 가입돼 있는 경우 등 변수가 있으니 수령조건을 살펴봐야 한다.

다음은 실업급여다.

고용보험 적용사업장에서 실직 전 180일 이상 근무하고, 비자발적으로 퇴사한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생계안정 급여다. 근무 일수에 따라 지급 기간도 다르니 고용노동부에 자격요건을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건강검진 및 각종 복지혜택도 챙겨야 한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복지혜택이 있다. 예를 들어 건강검진 서비스는 퇴사 전 받아보는 게 좋다. 사내 상조회가 운영되는 업체는 퇴사에 대한 지원이 있을 수 있다. 단체보험에 가입된 경우 이를 개인 보험으로 이전할 수 있는지 문의해야 한다.

유사시 자금융통을 위한 마이너스통장은 회사에 소속돼 있을때 발급해두는 것이 유리하다. 퇴사하면 발급 과정 및 조건이 까다로워진다.

또한 잔여 임금은 얼마 정도 인지, 연차 수당은 얼마가 남았고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연말 정산 서류는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 등도 재직 당시 체크해야 한다.

돈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어떻게

소득 창출 과정은 에스컬레이터라기보다 징검다리와 비슷하다. 당장의 소득에 집중하기보다 어떤 경험이든 내게 맞는 일을 찾아나가는 과정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간 업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여가활동을 했던 것이 꾸준히 이어져 퇴사 후 직업이 되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커리어 과정이 징검다리처럼 다소 생뚱맞은 방향으로 튀더라도, 자신의 적성을 고려하며 다음 기회로 연결해나가는 것이 지속가능한 소득 창출을 위해 중요하다.

좀 더 장기적인 소득 창출 전략의 체크 포인트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름의 용도를 찾는 일이다.

꾸준히 자기 관심사에 대해 시간과 돈을 들여 배우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음식을 잘 만드는 일,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일, 어린이를 좋아하고 잘 돌보는 일, 노래를 잘하는 일, 사진을 잘 찍는 일 등 누군가가 필요로 할 만한 일을 잘하는 삶의 기술이 무엇인지 찬찬히 고민해보자.

내가 할 줄 아는게 많을 수록 돈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 수 있다. 바꿔 말해 내가 할 줄 아는것도 없고 누구를 위해 무언가를 하기도 싫다면, 생존을 위해 돈이 더 절실해진다.

박미정 대표는 "어느 날 갑자기 나의 가능성을 발견하진 못한다"며 "그래서 타인이 내게 도음을 청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모든 과정은 비용이 들건 시행착오가 있건 결과적으로 성공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돈을 남기기 위해 돈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찾기 위해 돈 관리를 해 나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