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갔다가 ‘화장실 다녀오겠습니다’란 문구를 발견하고 예상치 못한 허탈감을 느낄 때가 있다. 앞으로 세븐일레븐에서는 자리를 비운 아르바이트 직원을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먼 거리의 다른 점포를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수표동에 있는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DDR(Dual Data Revolution)’ 1호점을 방문했다. 일반 길거리 매장에서도 안전하게 무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DT(Digital Transformation) 보안을 강화한 ‘시그니처 3.0’ 모델이다.
점주는 자리를 비울 때 ‘무인(無人)’ 모드로 시스템을 변경할 수 있다. 그러면 소비자는 매장 입구에서 두 단계의 입점 인증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인증 단말기에서 신용카드, 롯데그룹 통합 멤버십인 엘포인트 또는 핸드페이(손바닥 스캔) 등을 통해 1차 인증을 해야 첫 번째 대문이 열린다. 이후 스마트CCTV로 안면 이미지 자동촬영 과정을 하면 두 번째 개찰구를 통과해 점포에 들어설 수 있다.
기존 무인점포가 단순히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도 계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그쳤다면, 3.0은 가맹점주 편의성까지 끌어올렸다.
실제로 3.0 모델을 적용한 시그니처 DDR 1호점 매장은 직영이 아닌, 기존 가맹점을 재개장했다. 해당 점주는 “명절 제사로 몇 시간 이상 자리를 비울 때, 무인모드를 하면 문 닫지 않고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흔쾌히 리뉴얼을 했다”고 전했다.
인건비 절약을 위해 부득이하게 심야 시간대에 문을 닫는 점포에서도 3.0모델을 적용하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하지 않아도 구매와 판매가 안전하게 이뤄진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DDR 1호점 이름에 숨어있는 또 다른 재미도 있다.
점포 내부 바닥에 총 54개의 다목적 ‘전자인식 셀(Electronic Cell)’을 설치했다. 소비자가 이동하면 발이 닿는 대로 불이 들어온다. 지금 30~40대가 기억하는 추억의 오락실 게임 DDR(Dance Dance Revolution)에 착안해 점포명을 지었다고 세븐일레븐은 설명했다.
전자인식 셀은 소비자 동선과 상품구매 이력을 실시간 빅데이터로 생성해 저장한다. 이를 통해 ▲비상상황 감지▲상품 정보·위치 음성 서비스▲구역별 이동·체류시간 등 매장의 기초운영 정보로 활용한다.
다만 점포 인력을 최소화 한데서 오는 불편함도 발생했다. 이날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 가운데 일부는 음식을 사들고 좌석에 앉으려다가 “지저분하다”, “직원이 없으니 테이블을 닦을 사람도 없는 것이 아니냐”며 직접 의자를 닦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은 시그니처 DDR 1호점 자동 운영 시스템을 주말과 야간 시간대에 우선 시범적으로 시행한다. 일정기간 시스템 안정화 및 효율 분석 과정을 거친 후 운영 시간대를 확대할 예정이다.
최경호 세븐일레븐 대표는 “업계 첫 스마트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며 “시그니처 3.0모델을 통해 편의점의 본질적 가치인 24시간 운영을 지키고, 언택트(비대면) 소비 트렌드에도 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시그니처는 세븐일레븐의 미래형 스마트 편의점이다. 2017년 5월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핸드페이’, ‘무인계산대’ 등을 갖춘 첫 1.0 모델을 선보였다. 이듬해 인공지능결제로봇 ‘브니(VENY)’ 개발과 함께 인오피스(In-Office), 인팩토리(In-Factory), 주유소 등 다양한 특수상권에 입점시키며 길거리 매장으로 상용화 한 것이 2.0이다.
세븐일레븐은 전국에 총 22개의 시그니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가맹점이 20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