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통이 전례없는 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롯데가 ‘재고 면세품 판매’를 통해 뒤집기에 성공했다.
롯데쇼핑은 26일부터 백화점과 아울렛 등 전국 8개 점포에서 명품 면세 재고품 오프라인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해당 점포는 ▲백화점 노원점·영등포점·대전점▲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기흥점·김해점▲아울렛 광주수완점▲대구 이시아폴리스점 등이다.
면세 재고품을 오프라인으로 판매한 곳은 롯데가 최초다. 신라와 신세계도 1, 2차에 걸쳐 200억원대에 가까운 재고 면세품 물량을 풀었지만 온라인 판매로 한정했다.
롯데는 이번 면세 재고품 판매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우선 롯데면세점은 창고에 쌓아뒀다가 폐기 처분할 뻔한 200억원어치 재고품을 롯데쇼핑에 넘기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롯데그룹 차원에서 밀고 있는 신규 온라인 쇼핑플랫폼 롯데온(ON)은 가입자 수가 폭증했다. 첫 판매를 개시한 지난 23일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소비자가 몰렸다. 롯데온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에 따르면 명품 판매 시작 3일 전부터 롯데온의 신규 회원 수는 평소보다 하루 평균 20% 증가했다.
롯데온은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7개를 합친 플랫폼이다. 서비스 개시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명품 대전’이라는 대규모 행사를 치렀다. 그만큼 서비스 안정화도 빨리 이뤄졌다. 모바일 앱이 불통이라던 초기 잡음을 없애고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셈이 됐다.
온라인 쇼핑 때문에 소비자가 외면한다는 평가를 받던 오프라인 매장도 살렸다.
지난 25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파주점·롯데백화점 노원점 등 3곳에서 면세점 재고 명품 판매를 시작해, 오후 3시 기준 5억 4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개장 5시간 만에 하루 목표 매출의 약 100% 이상 달성했다.
재고 면세품 판매를 하는 전국 8개 매장마다 방문객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이 같은 속도라면 롯데면세점 재고품 물량 200억원어치는 행사 기간인 오는 30일을 못 채우고 소진될 전망이다.
유통업계는 이번 면세 재고품 판매를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침체됐던 소비가 폭발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여행이나 외출 대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묵힌 돈을 ‘고급 취미’, ‘명품 구매’에 써보자는 이른바 ‘보복 소비(revenge spending)’란 얘기다.
신라와 신세계 등 동종 업계가 ‘대한민국 동행세일’ 시기에 맞춰 재고 면세품 판매 행사를 벌이면서, 소비 촉진 분위기도 고조됐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각각 100억원씩 물량을 나눠 배분했는데, 현재 판매 속도라면 이번 주말(28일)까지 밖에 물량이 남아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도 “그동안 코로나19로 힘들었는데, 롯데쇼핑에서 판매를 맡아 모처럼 좋은 소식이 들려 기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