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구형 받은 고유정, 흐느껴 울며 마지막에 꺼낸 말 (전문)

2020-06-18 09:20

고유정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진술
끝까지 남 탓, 의붓아들 얘기에 울컥

전 남편과 의붓아들 연쇄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37)이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을 했다. 그가 늘어놓은 말이 황당함을 안기고 있다.

이하 뉴스1
이하 뉴스1

지난 17일 오후 2시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형사1부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고유정은 전 남편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계획적인 범죄가 아닌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범행 자체를 부인했다.

고유정의 최후 진술서 전문을 본 이들은 그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그가 사이코패스가 아니라고 보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사이코패스라면 저런 식으로 감정팔이를 안 한다. 그저 살인자일 뿐"이라고 일침했다.

고유정은 최후진술에서 의붓아들과 관련해 이야기를 할 때 흐느껴 울었다. 친아들과 의붓아들을 언급하면서는 더 크게 소리 내서 울면서 진술했다. 전 남편 살인 혐의와 관련해서는 "동기나 계획이 전혀 없었다"라며 "사랑하고 아끼는 어린 친아들 앞에서 무슨 끔찍한 동기가 있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변론했다.

그는 "나에게는 현 남편이 있어서 의리와 정조를 지켜야 했고, 보수적인 제가 그 접촉 시도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라며 "그날 처음으로 재혼 사실을 알아서인지 (사망한 전 남편이) 구체적으로 말하기 곤란한 시도를 했다. 손에 잡힌 칼을 순간적으로 사용한 것은 급박한 상황에서 벌어졌다"라고 했다.

체포 당시 고유정 모습 / 뉴스1
체포 당시 고유정 모습 / 뉴스1

그의 말에 따르면 잔인하게 전 남편 사체 손괴를 한 것은 현 남편 탓이었다. 그는 "현 남편은 질투가 많고 똑똑한 사람이라서 제 약점을 잘 알고 우유부단하고 계획성 없는 것을 자주 질책했다"라며 "(전 남편에게) 성폭행 시도를 당한 피해를 이야기하면 그런 상황을 초래한 절 혼낼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결국 사체손괴은닉이 현 남편을 의식해서 벌인 행동이라는 말이다.

온라인 이용자들은 "끝까지 남 탓이다", "입만 열면 거짓말" 등 반응을 보였다.

이날 검찰은 재판부에 고유정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고유정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 남편 살해와 사체손괴은닉은 인정하면서도 의붓아들에 대해서는 입증이 부족하다고 봤다.

다음은 고유정 최후진술 전문이다.

하고 싶은 말 너무 많은데 근데 제가 하고 싶은 말 정리한 부분 먼저 하겠습니다. 제가 억울하다는 걸 증명해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오늘 검사님들의 최종의견에서 기억나는 단어들로 제 입장에서 말해 본다면, OO(사망한 의붓아들)이 죽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니라면 상대(현 남편 홍모씨)가 범인입니다

자꾸 제가 죽였다고 절 이상하게 보는데 (의붓아들과 함께 살기로 결정 한 뒤) 열흘도 안 되는 시간동안 (의붓아들이 볼)중고책 구한다고 아파트 단지를 뛰어다녔습니다.

증거조사 때부터 수사기관이 제가 정말 불리한 상황에서 제 말을 믿어주지 않습니다.

전 그냥 어느 누가 제 말에 귀 기울일까 싶어 죽을까도 했는데 남은 아이(친아들) 때문에 그 아이가 감당 못할거 같아서 못 했습니다.

쪼그만 애(의붓아들) 제가 죽인 적 없습니다. 죽어서라도 제 억울한 거 밝히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전 평범한 애엄마로 살다가 약 1년전 교도소에 갇히게 됐습니다.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마치 꿈꾸는 듯 당황스러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 남편 사건에서 아무 동기나 계획이 없었습니다. 토막 내 죽이겠단 생각 한 적도 없습니다.

사랑하고 아끼는 어린 아들 앞에서 무슨 끔찍한 동기가 있었단 건지 도대체 모르겠다습니다.

이혼 후 사람들과 교류 없던 제가 인터넷 검색이나 인터넷쇼핑 등으로 생활하던 제가 어떤 계획을 세우겠습니까.

검사님들은 저에 대해 무서운 계획이나 의도가 있다며 샅샅히 살폈을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도 거기엔 그 무서운 계획도 없을 것입니다. 왜냐면 그게 사실이니까요.

전 맺고 끊는거 잘 못합니다. 그날(전 남편 살해 당일)도 펜션 따라간다고 할 때, 딱 잘라 안 된다고 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고르고 골라 잡은 그 펜션에 갔을때 오후 6시까지가 면접교섭시간이니 가야겠단 전 남편을 못 말렸습니다. 가기 전에 마트에서 카레, 갈비탕 등 음식재료 등을 샀습니다.

죽일 생각이면 다음, 다다음날 음식을 준비 할 필요없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아들이 늦은 아침 먹고 점심 안먹고 배고파 해 놀이공원 끝나고 펜션에 가서 삭사준비에 집중했습니다.

5살, 6살 아이와 같이 있으면 엄마는 정신 없습니다. 엄마로서 아이 챙겨야 하니까요.

그렇게 제가 차려 준 저녁을 잘 먹었습니다. 아들이 수박 먹고 싶다고 갖다 달라고 해서, 소금물을 넣은 싱크대에서 수박을 씻어 칼로 자르러 하는데 뒤에서 아이아빠(전 남편)가 다가왔습니다.

아이아빠가 거실서 통화한 건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중국여자입니다. 그 여자와의 통화가 어떤 생각을 갖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그 사람 접촉 시도에 가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저에겐 남편(현 남편 홍씨)이 있어 의리·정조를 지켜야 하니까요. 보수적인 제가 (전 남편의)그 접촉시도를 받아 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재혼사실을 알아서인지 구체적으로는 말하기 곤란한 시도를 했고, 손에 잡힌 칼을 순간적으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그후에 여기에 갇히게 됐습니다.

두 배가 넘는 체중의 남자를 죽이려 했다면 약이나 자동차를 사용하거나 목 졸라 죽이는 게 났습니다. 다른 방법도 많은데 칼로 한다는 건 미리 준비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바로 며칠 전 마트에서 싼 거 산다고 만원 조금 넘는 가격에 산 칼로 거구의 남자를 죽이려 했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저는 바보가 아닙니다.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며 채권회수를 못 한다고 우유부단하단 질책을 당했지만 바보는 아닙니다.

그 많은 피를 닦을 일을 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습니다.

제가 잘못된 행동(사체훼손은닉)에 사용한 물건은 그 이전에 샀던 물건들입니다. 아이아빠는 우발적 상황서 죽은 것입니다. 사전답사하지도 않은 펜션에서 그 가족(전 남편 가족)이랑 (펜션에 간 사실을)다 아는데 그 사람만 달랑 없애고 현 남편과 살려고 했다는 건 수사기관의 고의적 상상력입니다.

현 남편은 질투심 많고 권위적이고 똑똑한 사람이라 제 약점인 우유부단 계획성 없는 걸 질책하곤 했습니다. 거기(펜션)서 (성폭행)피해당했다고 하면 그런 상황을 초래한 걸로 혼낼 사람입니다.

제가 붙잡하기 전 현 남편을 만나 사고 난 거 자세하 알려야했습니다. (전 남편 사체손괴은닉은)우발적 사고라 우발적 대처를 한 겁니다.

검사님 주장대로 준비했다면 큰 여행 가방을 미리 준비했어야 합니다. 흥건한 피도 펜션 수건으로 닦는 등 갑작스레 했습니다.

(전 남편 살해 뒤)다음 날 아이 친정에 데려다주고 한참 고민 후 해선 안 될 일(사체훼손은닉)을 했습니다. 내 인생 끝났단 생각으로 잘못된 행동했습니다.

사죄합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그러나 현 남편 권위에 눌려있던 저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이아빠 유족에게 진심어린 사죄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아빠니까요…

아이(의붓아들)사망에 대해선 드릴 말씀 없습니다.

아이 둘(친아들과 의붓아들)이 같이 지내도록 결정한 뒤에 책가방 신발도 쌍둥이처럼 구입했습니다. 둘은 만날 때 마다 형제처럼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전 구속된 이후로도 현 남편을 믿었습니다. 현 남편의 그말을 전적으로 믿었습니다. 이미 법적으로 혼인상태인 그 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정말 똑똑한 그(현 남편)가 그 방향대로 설정한대로 흘러가면 막을 수 없었습니다. 철두철미하던 그가 집에 있던 약봉지라며 졸피뎀을 경찰에 갖다줬습니다..

그러나 졸피뎀은 유산으로 수명장애가 있어 잠을 청하기 위해 먹던 용도입니다.

그 봉지안에 있던 약들은 어떤 생각으로 버려진 지 모릅니다.

현 남편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똑똑하고 그런 거 보고 만났지만 지금은 그런 것 때문에 무섭습니다.

처음 변호사들(지난해 구속 직후 선임했던 로펌 변호사들 5명)이 믿어줬지만 험악한 여론에 그만뒀습니다. 1심 판사가 변호사(남윤국 변호사)를 너무 질책했습니다.

검사님도 저를 질책하고 있습니다. 제 인생 한가닥 희망은 재판장님이십니다.

너무나 험악하고 거센 여론에 교도소까지 찾아와 아이 이름 들먹이는 기자들과 그런 여론때문에 1심과 다른 판단조차 큰 부담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십자가 지시지 않는 게 당연한 거라 생각합니다.

학창시절 항상 밝고 명랑하던 제가 실수로 이혼녀가 된 후 재혼하게 됐습니다.

남과 몸으로 싸우거나 다투지 않는 성격인 제가 이 사건과 같은 일을 벌이지 않았습니다.

전 절 위해선 나쁜 짓을 했지만 아이를 위해서 한 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어려우시겠지만 판단 잘 해주시길 바랍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home 한제윤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