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직거래 앱 당근마켓의 월 사용자 수가 800만명을 넘어섰다. 론칭 후 5년 만에 이룬 성과다. 당근마켓이 11번가, 이베이코리아, 위메프 등 굵직한 이커머스 업체들을 제치며 조용한 강자로 부상한 비결은 뭘까.
모바일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지난달 발표한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세대별 쇼핑 앱 사용 현황’에 따르면, 가장 많은 한국인이 이용한 앱은 쿠팡(1349만명)이었다. 이어 당근마켓(679만명), 11번가(604만명), G마켓(521만명), 위메프(372만명), 티몬(358만명) 순으로 조사됐다. 아이폰 등 다른 플랫폼의 사용자까지 합하면 당근마켓 사용자 수는 800만명을 넘어선다.
즐비한 이커머스 강자들 사이에서 당근마켓의 활약은 단연 눈에 띈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투자자들의 자본력과 든든한 모회사를 뒷배로 두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약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쇼핑 앱 사용자 수를 늘리고 거래액을 확대하려고 포인트 적립과 쿠폰 발행 등 다양한 혜택을 뿌린다.
11번가의 대표 혜택으론 ‘T멤버십’과 ‘OK캐쉬백’이 있다. T멥버십 카드를 11번가에 등록하면 최대 22% T멤버십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OK캐쉬백은 SK pay로 결제할 때 0.1% 자동 적립된다. G마켓, 옥션, G9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쇼핑 멥버십 ‘스마일클럽’을 통해 혜택을 제공한다.
SSG닷컴은 이달 초 닷컴에서만 사용 가능했던 마일리지를 ‘SSG머니’로 일원화했다. 이를 통해 SSG닷컴 고객이 전국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 스타벅스 등 1만여 개의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듯 쇼핑 앱 공룡들이 충성고객을 잡기 위해 열을 올리는 반면 당근마켓은 별도의 멤버십이나 할인 쿠폰을 제공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판매자와 구매자가 일대일로 거래하는 시스템이기에 혜택 서비스가 불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이 당근마켓에 열광하는 이유는 철저한 지역 기반의 직거래와 커뮤니티 덕분이다.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의 마켓’ 줄임말로, 사용자 반경에서 최대 6㎞ 내에 있는 이웃에게만 판매 글이 노출된다.
기존의 오픈마켓이나 중고거래 방식은 택배로 물건을 받는 시스템이다. 거래 사고나 배달 사고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당근마켓은 대면거래와 함께 ‘매너온도’라는 기능으로 사용자의 재거래희망률을 측정하고,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신뢰도를 높인다. 30만원대 에어팟을 주문한 뒤 벽돌이 배달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당근마켓은 커뮤니티 서비스 활성화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동네 구인구직, 지역업체 소개, 과외·클래스 모집 등 카테고리를 통해 정보 공유와 이웃 간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또한 당근마켓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 판매업자의 상품 판매를 제한한다. 머신러닝에 데이터를 축적해 전문판매업자로 인식하면 자동으로 게시물 노출을 막는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당근마켓은 단순 중고 거래를 넘어 지역 기반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춘 것을 성공 요인으로 보고 있다”라며 “거주 지역 GPS 인증을 기반으로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이웃 간 직거래가 중심이 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중고 거래 서비스로 입지를 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