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갓갓 문형욱(24) 신상정보가 공개된 날, 한 남성이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고 울부짖었다.
10일 '위키트리'는 문형욱 신상정보 공개 당일 1인 시위를 벌이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 남성의 정체를 찾았다. 그는 'n번방', '박사방', '완장방' 등에서 운영자로 활동했던 트럼피(닉네임)였다.
자세한 내막은 이렇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지난달 18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문형욱을 대구지검 안동지청에 송치하기 전 안동경찰서 현관에서 그의 얼굴을 공개했다. 취재진들에게 2~3분가량 사진 촬영도 허용했다.
문형욱은 "피해자와 가족분들에게 죄송하다. 잘못된 성 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며 "지금까지 모두 3건 성폭행을 직접 지시했으며 전체 피해자 수는 50여 명에 이른다. 상품권 90만 원을 받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그 옆에서 한 남성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남성은 "유영철보다 더한 살인마다. 경찰은 이제서야 잡아놓고 교도소에서 밥을 먹이려고 한다. 사형에 처해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자 솜방망이 처벌,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울부 짖었다.
주변에 있던 취재진들이 "피해자 가족이냐"고 묻자 "나는 갓갓을 추적하고 켈리를 추적했던 사람"이라며 "지난해 3월부터 경찰에 신고했는데 돌아가라는 말만 했다. 디지털 성범죄자들은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날 갓갓 문형욱 관련 기사에도 이 남성의 이야기가 실렸다. 대부분 언론 매체에서는 '유튜버'라고 표현했다. 또 한 유튜브 채널에는 '갓갓 문형욱 만행을 폭로하는 피해자 오빠 절규'라는 제목으로 그의 영상이 업로드됐다.
그러나 사실과 다르다. 이 남성은 'n번방', '박사방', '완장방' 등에서 운영자로 활동했던 트럼피였다. 이외에도 야동 공유방 '위아더월드', '또라이변태방' 등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 역시 억울할 게 하나도 없는 디지털 성범죄자였던 셈이다.
주홍글씨에 따르면 트럼피는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텔레그램에서 단체 대화방을 개설, 성 착취 음란물 3만 1000여 개를 배포했다. 이 중 아동·청소년 관련 음란물은 720여 개에 달했다. 또 'n번방' 자료를 재가공해 유포하고 '박사방' 홍보에도 가담했다.
그렇다면, 갑자기 트럼피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트럼피는 'n번방' 계승자 켈리에게 자신의 계좌번호를 넘겼다가 경찰에 덜미가 붙잡혔다. 그러나 켈리 형량(징역 1년형)이 생각보다 적게 나오자 복수를 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트럼피 입장은 달랐다. 그는 ‘위키트리’에 “난 켈리 공범도 복수심에 그런 것도 아니다. 경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나 때문에 검거된 사람만 100명이 넘는다”며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재 트럼피는 대구 사립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