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언택트(비대면) 트렌드는 초연결성을 제공하는 ICT 기업에게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3일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열린 ‘비대면 타운홀’에서 이 같이 밝히면서 새 시대에 맞게 혁신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사업 포트폴리오, 인프라 등을 토대로 기존 틀을 깬 발상의 전환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박 사장은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슬로우 다운(천천히 행동하기)을 요구하고 있지만, ICT기업은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해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변해야 한다”며 “전 영역에서 구시대 공식을 모두 깰 때”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SK ICT 패밀리 약 4만 명이 참여하는 타운홀에 비대면 시스템을 복합적으로 연결했다”며 “여러 솔루션을 직접 테스트하고 사업화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변화의 방법으로 이동통신 경쟁력을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가입자 수로 계산하고 점유율을 고지 점령전으로 생각하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박 사장은 역설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맞게 각 사업 특성을 고려 새로운 평가 모델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신규 사업에 대해선 “당장 손해가 되더라도 모든 신사업을 AI, 클라우드화하는 변화를 시도해야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며 “디지털 시대에는 뉴 ICT 상품을 더 많은 회사에 개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사장은 특히 서비스위원회 산하 ‘주니어 보드’를 신설하고, 모든 서비스 출시 전 디지털 세대인 젊은 직원들에게 의사 결정을 받자고 파격 제안했다.
또 초협력 시대 키워드로 ‘자강(自强)’을 강조했다. 국내외 주요 기업과의 초협력에 있어 스스로 강하지 않고서는 곧 한계에 달하지만, 새 시대를 이끌 힘이 있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무한한 기회를 열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직원들은 댓글을 통해 일하는 방식 혁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SK텔레콤 경영진은 ▲본사가 아닌 집에서 10~20분 거리의 사무실로 출근하는 ‘거점 오피스’ 확대 ▲ICT로 업무효율을 높이는 ‘스마트솔루션’ 강화 의견에 동의하며, 즉시 준비하기로 했다.
박 사장은 ▲재택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하는 방식을 정교화하는 ‘디지털 워크2.0’ ▲구성원이 직접 필요조직을 신설하는 ‘애자일(Agile) 그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정호 사장과 함께 SK텔레콤 4대 사업부장 등 경영진이 사업 현황을 차례로 발표했다. 경영진은 코로나로 사업 환경이 악화됐으나 그동안 축적해온 디지털 역량과 기술이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지난 3~4월 미디어 사업의 VOD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성장하고, 동 기간 e커머스의 거래액도 15%가량 증가했다. 보안 분야에서도 열화상 카메라 수요 확대로 신규 매출이 발생했고, 이동통신사업(MNO)에선 5G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와 같은 신사업 기회가 빠르게 열리고 있다.
SK텔레콤 경영진은 언택트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온-오프라인 유통망 장점을 연결한 O2O 마케팅 플랫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확대 ▲언택트 출입통제 솔루션 출시 ▲동영상 커머스 차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박정호 사장은 “위기 속에서도 우리 인프라가 우수하고,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높은 자부심을 느낀다”며 “직원들이 코로나로 거리를 두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디지털로 더 단단하게 결합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