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세 소년이 여행용 가방에 7시간 갇혀 있다가 숨지자 검사들마저 충격을 받았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여행가방에 갇혀 죽어간 아이를 생각하며 오늘도 여전히 살아가는 못난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곱씹으며 흰 국화를 제 담벼락에나마 올린다. 못되고 무심한 어른들이 없는 하늘에서 행복하렴. 미안하다”라는 글과 함께 흰 국화가 그림을 올렸다.
임 검사는 어린 의붓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아버지에게 고작 징역 5년이 선고됐던 사건을 담당한 적이 있다면서 "어린 아이의 목숨값이 겨우 징역 5년이구나 싶어 치가 떨리다가 법원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못난 공판검사로 자책하다가 선고 날 공판검사석에 앉아 있던 내 마음은 지옥을 헤맸다. 세상이 돌아봐주지 않으면, 죽음조차도 가볍게 취급되기 마련이다. 너무 미안한 사건으로 제 가슴에 아직 박혀 있다. 법정에서 의붓아빠의 선고형에 귀기울였을 죽은 아이가 얼마나 울면서 하늘로 떠났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는 이날 자기 페이스북에 초등학생 평균 체격을 소개하는 게시물을 올린 뒤 “가로 44㎝, 세로 60㎝, A4 3장 남짓. 아이가 마지막 숨을 내쉬던 공간의 크기. 초등 2학년 평균신장 125㎝ 몸무게 25㎏. 고개도 못 들었겠구나. 숨도 쉬기 어려웠겠구나. 발목은 접히고 무릎도 못 폈겠구나. 이미 감각이 없어진 팔은 힘겹게 마지막 숨을 고르던 아이를 꼭 안아줬을까. 생각하지 않으려 고개를 저어댈수록 자꾸만 더욱 더 선명히 그려지는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짧았던 아이의 모진 생 속에서 아이가 겪었던 세상은 어떠했을까.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며 고통의 끝을 만났을까. 이 사회는 어쩌다 이렇게 아이들을 잃어가게 됐을까”라고 한탄했다.
한편 사망한 A군은 지난 1일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계모에게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갇혀 있다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결국 숨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