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가 기업공개(IPO)를 위해 허리띠를 힘껏 조르고 있다. 아마존식 방식에서 벗어나 내실 다지기에 박차를 가한다.
11번가는 그동안 남발했던 할인 쿠폰 발행과 마케팅 비용을 줄인 대가로 지난해 처음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차례 기업공개 계획을 밝힌 11번가의 속내는 복잡하다.
2018년 11번가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총 5000억 규모의 투자금액을 유치 받았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H&Q코리아에선 1000억원, 국민연금에선 3500억원, 새마을금고에선 500억원을 유치했다. 투자 조건은 2022년까지 상장하거나 투자자 지분을 되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상장에 실패했을 경우다. 투자 받은 금액이 지난해 연 매출액과 비슷하기에 회사가 부담할 재무적 부담이 막대해진다. 자칫 자본잠식 직전까지 갔던 상황이 다시 벌어질 우려도 있다.
지난해 11번가의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설립 이후 처음으로 영업흑자를 냈다. 다만 매출액은 전년보다 11.8% 줄어든 5950억원을 기록했다.
쿠팡, 티몬과 마찬가지로 11번가 역시 온라인 시장을 이끄는 기대주라는 전망과 기대 덕분에 그동안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11번가의 경우 SK텔레콤이란 든든한 뒷배가 있는 까닭에 보다 유연하게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치킨게임을 이어가는 이커머스 생태계에서 언제까지고 외부 투자만으로는 성장을 이룰 순 없는 노릇이다.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는 투자 당시 성장 잠재력을 고려해 11번가의 기업가치를 2조원 이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투자 후 3, 4년 뒤에는 원금을 포함해 4000억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통 공룡’인 신세계와 롯데그룹까지 이커머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11번가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경쟁은 훨씬 치열해졌다. 올해 초 신세계는 국내 최대 수준인 1조원 이상을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롯데그룹 또한 온라인시장을 유통사업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11번가는 상장에 활로가 있다고 보고 흑자경영에 집중했다.
11번가는 기존 다운로드 할인쿠폰 중심에서 SK페이 포인트 등 적립 중심의 마케팅 전략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혜택의 적용 폭이 넓어져 고객의 재구매 증가 및 제휴 마케팅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11번가는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9% 줄어든 129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28% 감소한 48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거래액은 늘어났지만 직매입 사업을 정리하면서 매출 규모는 줄었다.
11번가는 온라인 수요의 급증에 따라 최적화된 상품군을 확보하고 ‘오늘 장보기’, ‘오늘 발송’ 등 배송 관련 서비스를 강화했다. 동시에 국내외 일등 사업자들과의 제휴 확대에 힘입어 2분기 이후 본격적인 외형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민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재택근무와 언택트(비대면) 소비로 인한 이커머스 사업 성장에 따른 11번가 수익성 증가를 기대한다”라며 “유선사업 및 이커머스 사업이 상반기 비수기에 실적 호조 보이면서 하반기 성수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11번가 관계자는 “1분기 영업손익은 48억원으로 예측 범위 내로 가져왔다”며 “2년 연속 흑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11번가만의 차별점을 앞세워 외형 성장과 안정적인 재무실적을 동시에 이뤄내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