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성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형 선고받을 때 읊은 최후진술 작성했다

2020-05-14 17:39

김대중, 옥중서 “날 죽이려는 사람들 모두 용서”
용서 강조한 김대중 옥중수필 등 사료 2점 공개

김대중평화센터가 2019년 공개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생전 모습. 이 사진은 1997년 4번째 도전끝에 대통령에 당선 되던 날 시민들에게 당선인사를 하는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의 모습이다.   /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김대중평화센터가 2019년 공개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생전 모습. 이 사진은 1997년 4번째 도전끝에 대통령에 당선 되던 날 시민들에게 당선인사를 하는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의 모습이다. /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진정으로 관대하고 강한 사람만이 용서와 사랑을 보여줄 수 있다”는 김대중 15대 대통령의 어록이 떠 있다.

김 전 대통령에게 ‘용서’가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끝내 지켜야 할 가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내란음모 조작사건' 김대중 옥중수필 공개…"박정희 정권 용서" | 연합뉴스 '내란음모 조작사건' 김대중 옥중수필 공개…"박정희 정권 용서", 김주환기자, 사건사고뉴스 (송고시간 2020-05-14 16:04)
연합뉴스

김 전 대통령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수감됐을 당시 자신을 박해한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을 용서한다는 심경을 담아 작성한 옥중수필이 공개됐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은 1980년 신군부세력이 김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화 윤동가 20여명에 대해 북한 사주를 받아 내란음모를 계획하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일으켰다는 혐의를 적용해 군사재판에 회부한 사건을 뜻한다.

김대중도서관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14일 공개한 옥중수필은 김 전 대통령이 사형수로 있던 시절인 1980년 9월 17일부터 1981년 1월 23일까지 친필로 적은 수필 14편 중 하나다.

배우 문성근씨. / 뉴스1
배우 문성근씨. / 뉴스1
김 전 대통령은 1980년 12월 3일자 수필에서 "나는 박(정희) 정권 아래서 가장 가혹한 박해를 받은 사람이지만 나에 대한 납치범, 자동차 사고 위장에 의한 암살 음모자들, 기타 모든 악을 행한 사람들을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에 따라 일체 용서할 것을 선언했다"고 적었다.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를 용서한다는 사실을 천명한 것이다.

그는 "나는 나의 그리스챤(기독교인)으로서의 신앙과 우리 역사의 최대 오점인 정치보복의 악폐를 내가 당한 것으로 끝마쳐야겠다는 신념을 (19)76년의 3·1 민주구국선언사건으로 투옥된 후 굳게 하며 그 이후에 일관했다"면서 "지금 나를 이러한 지경에 둔 모든 사람에 대해서도 어떠한 증오나 보복심을 갖지 않으며 이를 하느님 앞에 조석(朝夕)으로 다짐한다. 하느님은 나의 행적대로 심판하실 것이고 우리 국민도 어느 땐가 진실을 알 것이며 역사의 바른 기록은 누구도 이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형수 김대중 '박정희 용서할 것'…옥중수필 육필원고 공개 사실 앞에 겸손한 민영 종합 뉴스통신사 뉴스1
뉴스1

김대중도서관은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사형수 시절 친필로 작성됐다는 점에서, 김대중의 용서와 화해 그리고 관용의 정신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사료들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배우 문성근씨와 김 전 대통령의 인연도 공개됐다. 김대중도서관은 내란음모조작사건으로 인해 기소된 김 전 대통령, 문익환 목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 등의 1심 재판 최후 진술을 적은 진술문을 함께 공개했다. 이 진술문은 문 목사 아들인 의근·성근씨 형제가 작성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문성근씨는 유명 배우다.

김대중도서관은 보도자료에서 "방청석에 있던 가족들이 민주 인사들의 진술 내용을 외웠고 재판이 끝난 후 함께 모여 기억을 되살리면서 진술한 내용을 글로 작성했다"며 "문의근, 문성근이 주로 글을 작성했으며 김대중의 최후 진술문은 문성근이 작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