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선미 정성조 기자 = 광주가 고향인 직장인 김모(29)씨는 어버이날에 부모님을 뵈러 본가에 가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아버지가 "다른 지역에 있는 식구들은 이번 연휴에 오지 마라"고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어버이날을 앞둔 6일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돼 오랜만에 부모님 얼굴을 뵙고 싶었는데 아버지께서 '아직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면서 만류하셨다"며 "어버이날에 광주에 있는 식구들만 단출하게 모임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어버이날 풍경도 예년과는 달라질 전망이다. 김씨처럼 타향살이하는 자녀들이 걱정돼 부모가 "오지 말라"며 말리고, 자녀들은 나름대로 감염 우려 때문에 부모님을 만나 뵈러 갈지 고민하는 등 코로나19가 어버이날 가족 모임에까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각 지역 온라인 맘카페 등에는 "이번 어버이날에 어떻게 하시나요", "어버이날에 시댁 가실 건가요", "코로나19 때문에 어버이날에 부모님 댁에 가야 할지 고민이네요" 등 내용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경기도에 사는 한 주부는 "친정과 시가가 모두 대구"라며 "이번 어버이날에는 부모님과 시부모님을 못 찾아뵙겠다고 생각했는데 자녀들이 오는 것을 기다리시는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자 부모의 만류에도 고향 등을 방문하겠다며 나서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결혼한 직장인 이모(33)씨는 어버이날 다음날인 토요일에 양가 어른들을 뵙기 위해 KTX를 타고 고향에 다녀올 계획이다.
이씨는 "요즘 KTX도 자리 배치를 띄엄띄엄해서 예매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양가 부모님이 '이런 시기에 꼭 내려올 것 없다'고 하시는데 어버이날 얼굴도 안 뵈면 마음이 안 좋을 것 같아 주말에 다녀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전에 사는 직장인 한모(34)씨는 어버이날 전인 연휴기간에 친가와 처가를 찾았다. 한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부모님께서 멀리 오가는 것을 걱정스러워하셨지만 예방수칙을 잘 지키며 소규모 모임을 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여가 줄어드는 등 경제적 타격을 입은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는 올해 어버이날 선물도 부담이 된다고 한다.
인천에 사는 주부 A씨는 남편이 다니는 회사가 지난 3월 열흘간 무급휴직에 들어가 월급이 30% 깎였다. A씨는 "이번 어버이날에 양가 부모님께 용돈을 10만원씩 드릴까 했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용돈을 드릴 여유가 안 생길 것 같아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에 사는 한 주부는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이후 수입이 일정치가 않아 어버이날은 다가오는데 양가 부모님께 얼마짜리 선물을 드려야 할지 고민"이라며 "너무 간소하게 했다가 부모님께서 서운해하실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